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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로 실적 곤두박질" 신음하는 日 기업들
입력2011.07.29 17:39:12
수정
2011.07.29 17:39:12
소니·도시바 등 "국내생산 한계 부딪혀"<br>글로벌 생산기지 확충 방안 적극 검토
일본 대기업들이 갈수록 심화되는 엔고현상과 전력난을 견디다 못해 "국내 생산이 한계에 부딪혔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생산방식을 포기하고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충하는 일본 기업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일본의 주요 정보기술(IT)ㆍ전자업체의 경영진들은 이날 한 목소리로 엔고에 따른 심각한 경영난을 토로하며 일본내 생산방식을 접고 글로벌 생산망을 갖추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도시바의 구보 마사토 부회장은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엔고가 지금처럼 심각한 상황에서 일부 사업분야의 경우 일본 내 생산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했다.
파나소닉의 우에노야마 마코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엔고화 함께 법인세와 전력요금 부담 때문에 일본 내 생산이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소니의 가토 마사루 CFO도 지난 20년간 이어져 온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을 더욱 가속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이 이처럼 한꺼번에 일본 탈출을 선언한 것은 최근 엔화가치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실적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엔화 가치는 미국 부채협상 난항으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80엔을 넘어 77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달러 및 유로화 대비 1엔씩 오를 경우 연간 기준으로 각각 8억엔, 9억엔씩 손해를 보게 된다.
실제로 엔고를 견디지 못한 일본 기업들은 올 들어 속절없이 고꾸라졌다. 세계 게임 시장을 주름잡았던 닌텐도는 이날 2011년 회계연도 1ㆍ4분기(4~6월)에 377억엔의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29일 오사카 증권거래소에서 닌텐도 주가는 20% 이상 급락했다.
소니는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800억엔에서 600억엔으로 25%나 하향 조정했으며 해킹 파문까지 겹쳐 주가도 연초 대비 37%나 떨어졌다. 도시바도 1ㆍ4분기 영업 이익이 전년대비 88%나 감소했으며 후지츠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6% 가까이 떨어졌다.
일본 당국은 엔고를 차단하기 위해 8월부터 외환(FX) 마진거래 한도를 증거금의 50배에서 25배로 낮출 예정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외환시장의 최대 큰 손인 '와타나베 부인'의 거래 한도가 대체로 증거금의 5배에 불과해 규제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본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나 높은 법인세율과 전력요금도 일본 기업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일본 법인세 실효세율은 40%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간 나오토 정부는 법인세를 5%포인트 낮추겠다고 했지만, 재계에선 세수 확보에 열을 올리는 정부가 언제 말을 바꿀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주요 기업 대표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0%의 기업인들이"이 같은 환경이 지속된다면 3년 내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길 수 밖에 없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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