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민간기업 인사에 금융당국이 왜 간섭하나

금융당국의 금융권 물갈이 행보가 민간기업인 BS금융지주까지 번졌다. 금융감독원이 이장호 BS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에게 퇴진을 요구했다고 한다. 은행장과 BS금융지주 회장직을 합쳐 8년간 국내 최대 지방은행의 책임을 맡으면서 경영을 독단적으로 하는 등 폐단이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라는 팻말만 붙으면 정부 지분이 있든 없든 물갈이 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다.

BS금융지주는 롯데제과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민간기업이다. 이 회장 개인에게 문제가 있다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교체를 결정하면 될 사안이다. 정부는 BS금융지주의 주식을 단 1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정책자금이 수혈된 적도 없다. 금융당국이 어떤 근거로 인사에 간섭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 회장이 부산은행의 건전성에 문제를 야기했다면 끼어들 수 있다. 이번 퇴임요구가 예방 차원에서 나왔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5일 BS금융지주와 부산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회장의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장과 공익재단 이사장 겸직에 대해서만 개선을 명했을 뿐 임원 해임권고 같은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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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이러한 모습을 놓고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추측이 무성하게 일고 있다. 정치적 외풍설부터 경남은행 인수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특히 경남은행은 부산의 BS와 대구의 DGB 두 금융지주가 영남권 금융맹주가 되기 위해 치열한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금감원이 보이지 않는 곳의 눈치를 본다고 오해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최근 금융당국의 행보가 지나치게 관치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관치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KB금융지주 회장 결정을 불과 사흘 앞두고 금융당국 수장이 마치 특정인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나 금감원이 민간은행 CEO의 퇴진을 거론한 것을 적절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당국은 지금 할 일이 태산이다. 쓸데없는 곳에 신경 쓸 만큼 한가로운가. 아니면 모든 게 잿밥으로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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