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흔들리는 개혁의 전사들

『그만둘까, 아니면 1년 더 해볼까』공공개혁의 전사임을 자임하며 공직사회에 발을 들인 지 1년을 맞는 기획예산위원회 계약직 직원들은 목하 「고민중」이다. 모두 14명인 이들은 지난해 이맘때 기획위가 민간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중용한다며 공채한 민간전문가들. 밖에서는 내로라는 교수, 변호사, 회계사, 박사급 연구원에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해커까지 포함된 호화 진용이었다. 그러나 요즘 이들에게 처음의 기세등등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부문을 포함한 공공개혁 전체가 초지(初志)대로 관철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힘이 빠져 일을 못하겠다. 이 상태에서 더 해야 하나』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 개혁이 공직사회 내부의 반발과 정치권 역학관계 때문에 쉽사리 실현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미리 짐작했다고 한다. 다만 호랑이를 그리다보면 적어도 살쾡이는 그릴 수 있으리라며 개혁작업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고양이도 못 그린 채 비난의 화살만 비오듯 맞았다고 그는 자괴하고 있다. 기획위 내부에선 이들에 대해 『요즘 공무원들에서 볼 수 없는 패기와 의욕을 전파했다』는 호평과 『관료조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탁상공론식 아이디어만 남발했다』는 폄하가 엇갈리고 있다. 14인의 외인부대는 국장급 1명, 과장급 3명, 나머지는 사무관급이다. 이가운데 아주대 교수출신인 박종구(朴鍾九) 공공관리단장은 이미 지난 4월6일 재계약을 마쳤다. 오는 5월1일로 1년 계약이 만기되는 사람이 5명, 6월중 재계약일이 도래하는 사람은 4명이다. 5월 재계약을 앞둔 5명은 현재 자기평가보고서를 쓰고 있다. 이들이 스스로의 업무평가 보고를 어떻게 쓸 지, 또 과연 재계약에 임하게 될지 주목된다. 이들의 중도하차는 정부가 그토록 자랑한 개방형 임용제 등 소프트웨어적 정부개혁마저 좌절되고 말았다는 함축을 갖기 때문이다. /최상길기자 SK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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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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