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생명보험, 주주몫 12兆 늘고 계약자몫은 '찔끔'

보험료 적립금 7년간 80兆 증가… 2001년후 주주에 유리한 무배당 상품 집중판매… 계약자배당준비금등은 1조7,500억 증가 그쳐… "무배당 상품가격 인하·유-무배당 동시판매 필요"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들의 보험료 적립금은 2000년 말 91조6,490억원에서 2007년 말 171조7,559억원으로 87.4%(80조1,068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계약자 몫인 계약자배당준비금과 계약자이익배당준비금ㆍ계약자지분조정 규모는 4조1,838억원에서 5조9,329억원으로 41.8%(1조7,491억원) 늘었다. 반면 주주 몫인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은 2000년 말 -3조9,453억원에서 2007년 말 8조529억원으로 12조원가량 늘었다. 2년 만에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선 후 5년 동안 8조원 이상 쌓였다. 자본총계는 같은 기간 -4,913억원에서 17조5,131억원으로 18조원 넘게 늘었다. 계약자 몫의 10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주주에게 유리한 무배당 상품만 판매=80조원의 보험료가 쌓이는 동안 주주 몫은 적립금의 15.0%인 12조원이나 늘어난 반면 계약자 몫은 2.2%인 1조7,5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은 보험사들이 주주 몫이 많은 무배당 상품만 집중적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생보사의 유배당 상품에 대해 계약자 몫을 계속 늘렸다. 보험업법 시행규칙은 유배당 보험료를 운용해 얻은 이익에 대한 이익배분비율을 정해놓고 있다. 처음에는 계약자와 주주 몫이 70대30으로 나눠져 있었지만 ▦1998년 85대15 ▦1999년에 90대10으로 계약자 몫을 대폭 늘리고 주주 몫을 줄였다. 생보사는 1992년까지 유배당 상품만 팔았다. 1992년 감독당국은 보장성보험에 한해 무배당보험을 허용했다. 1998년까지도 생보사가 거둬들인 수입보험료의 95.9%는 유배당이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2000년 무배당 상품을 전보험 상품으로 확대하자 상황은 뒤바뀌었다. 2000년부터 유배당비율은 급락했다. 2000년 56.5%에서 2002년 28%, 2007년 말에는 10% 이하로 축소됐다. 2001년 이후 새로 개발된 생보사 상품 중 유배당 상품은 일부 연금상품을 제외하고는 전무한 상황이다. ◇무배당 가격 검증 및 가격인하 유도 필요=보험 전문가들은 무배당보험 상품가격의 적절성을 검증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주 몫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무배당 상품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일 수 있다”며 “무배당의 가격 산정에 쓰이는 사망ㆍ사고 확률인 예정기초율의 적절성에 대해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료는 ▦과거 사망ㆍ사고 통계에 따른 예정위험률 ▦보험료 투자수익 기대치인 예정이율 ▦상품판매와 관리에 필요한 예정사업비율 등을 따져 결정된다”며 “유배당 상품은 매년 받아간 보험료와 실제 사용한 것을 정산해 배당하지만 무배당은 배당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에 근접한 수치로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너무 높게 잡아 이익이 많이 났다면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유ㆍ무배당 동시판매 필요=보험사들에게 무배당 판매를 허용한 것은 생보사 상장에 계약자 몫이 문제가 된 것도 있지만 ▦보험시장 개방과 자유경쟁을 위해 보험료를 낮추도록 한 것과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해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 보험사가 무배당만 팔면서 고객은 선택의 기회를 잃었다. 2002년 생보사들이 무배당 상품만 팔자 금감원은 ‘유배당 상품 활성화 방안’이라는 내부보고서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고 무배당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도 실패했다. 감독당국은 “유배당 상품 판매를 강제할 아무런 권한이나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무배당을 허용한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권익 보호를 위해 무배당을 허용했다면 이제는 유ㆍ무배당 상품 동시판매를 의무화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무배당이 배당보다 회사에 대한 이익기여도가 높다는 것은 계약자에 대한 기여도는 그만큼 낮다는 뜻”이라며 “무배당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계약자가 불리하기 때문에 계약자 보호 차원에서 무배당의 가격을 배당에 접근시켜 주주와 계약자간 공평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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