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몽구 회장 강철체력 비결은?

칠순에도 '밤샘' 건설현장 챙기기<br>집안내력에 학창시절부터 운동으로 단련<br>최근엔 체조·걷기 즐기고 과음은 안해

정몽구(왼쪽) 현대·기아차 회장이 이례적으로 밤샘 현장경영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설현장을 찾은 정 회장이 김태영(오른쪽) 현대제철 사장에게 상황 설명을 들은 뒤 안전관리에 대한 당부를 하고 있다.

“비가 제법 오는데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한번 더 둘러봐야겠어.” 봄비가 제법 내리던 지난 29일 새벽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당진의 현대제철 기술연구소에 마련된 임시숙소에서 나와 어둠이 깔려 있는 제철소 건설현장으로 향했다. 전날 오전 충남 당진을 찾았던 정 회장은 공사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직원들을 격려한 뒤 서울로 바로 올라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밤 늦게 임시숙소에 들렀던 그는 새벽까지 비가 계속 오자 당초 일정을 바꿔 거의 밤을 새워가며 220만평 규모의 제철소 건설현장을 구석구석 살폈다. 정 회장은 어둡고 비바람이 부는데도 불구하고 부두에 접해 있는 고철 하역장을 둘러보면서 안전관리를 당부하는 한편 직원들의 애로 사항도 꼼꼼하게 챙겼다. ‘현장경영’으로 널리 알려진 정 회장이 공사장을 찾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 회장이 1박2일 동안 거의 밤을 새워가며 국내 사업장을 점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차그룹 직원들은 칠순을 훌쩍 넘긴 정 회장의 ‘밤샘 경영’ 자체에도 놀라움을 나타냈지만 젊은이들도 버거울 정도의 일정을 소화해내는 ‘강철체력’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1938년생인 정 회장은 지난해 칠순을 맞았다. 지난해 그가 기록한 출장거리는 13만㎞를 웃돈다. 지구를 3바퀴 이상 돌아본 셈이다. 올 들어서도 1월 인도에 이어 2ㆍ3월 울산ㆍ광주 등 국내 현장, 4월 중국ㆍ미국, 5월 러시아(예정) 등 출장 일정이 빡빡하다. 칠순 노구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일정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강철체력의 비결은 뭘까. 그룹 관계자들은 ‘집안 내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비롯해 정 회장의 형제들 모두 강인한 체력을 타고 났다는 것이다. 아무리 새벽까지 술을 마시더라도 새벽5시면 어김없이 일어날 수 있는 체력은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다 학창 시절부터 운동으로 단련한 체력도 더해졌다. 정 회장은 경복고 재학 시절 럭비부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큰 체구에 힘도 좋아 상대팀 선수 2명 정도는 힘으로 밀어붙여 ‘시베리아’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고 한다. 또 한창 때는 친구들과 바다에서 수㎞ 내기경주를 벌일 만큼 수영도 잘 했고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후에도 테니스와 등산을 즐겼다. 지금은 특별히 정해두고 하는 운동이 없지만 매일 이른 아침이나 업무 중 짬짬이 스트레칭 등 맨손체조를 하고 있다. 또 가끔 시간이 나면 계열사인 해비치리조트를 둘러본 뒤 가볍게 골프를 치기도 한다.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 회장은 최근 무리한 운동을 자제하는 대신 체조나 걷기를 즐긴다”면서 “현장을 둘러볼 때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둘러보는데다 걸음걸이도 빠른 편이라 일부 임원들은 뒤에서 뛰어다닐 정도”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건강 비결에는 ‘가리지 않는 식습관’도 한몫한다. 얼리버드(early bird) 스타일인 그는 집에서 샌드위치와 주스로 가볍게 아침을 해결한다. 점심에는 외부 약속이 없는 경우는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특히 정 회장을 위해 별도로 메뉴를 마련하는 것을 싫어하는 까닭에 간부식당이나 집무실에서 직원들과 똑같은 식단으로 점심을 먹는다. 또 김치찌개를 즐기면서도 양식이 준비되면 거리낌 없이 빵에 버터를 달라 커피와 함께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소주를 좋아하지만 가볍게 반주로 몇 잔 드는 것 외에 최근에는 과음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젊었을 때 두주불사였던 그는 최근 그룹의 현안에 대해 고민하다가 잠을 깬 뒤 가끔 다시 잠들기 위해 한두 잔의 소주를 찾을 뿐이라고 한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요즘 국내외 사업장마다 성과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므로 현장경영에 나서면 그동안 사무실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겠냐”면서 “현장경영 자체가 강철체력을 뒷받침하는 엔도르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농담 섞인 비결을 제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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