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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평균 7조5,6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1,000억원가량 낮아졌다. 지난 2일 주가가 10%나 빠지면서 '검은 화요일'을 겪은 현대차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1조9,300억원에서 1조9,000억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4~5월의 실적을 봐서는 추가 하락도 예상된다.
경쟁국과 달리 우리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국내 대표기업들은 실적악화에 신음하고 있다. 당장 엔저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미국에서 6만3,610대를 팔아 실적이 지난해 대비 10% 이상 급감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재규어·미쓰비시 같은 브랜드는 반대로 평균 10%대 상승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도 지난달 출하량이 12.1%나 줄어들면서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갈수록 좁혀지는 기술격차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스마트폰 범용화를 이유로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2010년 이후 5년 만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삼성이나 현대차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SK하이닉스와 포스코 같은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기업들은 국가 차원의 지원이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환율과 금리정책, 경기부양 노력과 투자 인센티브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정책을 쓰고 있는 중국과 일본·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도 기업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현장에서의 느낌은 다르다"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국가의 기업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에도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 기업에 비해 성장세·이익 측면에서 뒤지고 있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과 무서운 기세로 크고 있는 중국 기업에 낀 신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한중일 3국 상장회사 5,598개사를 대상으로 비교분석한 결과 2010~2014년 기준 영업이익률은 중국 11.6%, 일본 6.4%, 우리나라가 5.6%를 기록했다. 한국 상장기업의 경우 2010년에는 평균 영업이익률이 7.4%로 일본 기업(6.4%)에 앞섰지만 2012년부터 역전됐다. 아베 신조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일본 업체들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매출액 증가율도 마찬가지다. 2009년 금융위기 때와 2014년을 비교해보면 한국 상장기업(1,663개사)은 5년 동안 3.2%포인트 증가해 중국(4.8%포인트), 일본(15%포인트)에 크게 뒤졌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산업정책 실종사건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가 대기업 경쟁력에 대한 신경을 안 쓰고 있는 사이 경쟁국들은 국가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크게 성장했다"며 "정부도 연구개발(R&D) 지원 수준의 산업정책에서 벗어나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제조업 지원을 위해 노력하는 독일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장점인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접목을 통한 제조업 강화는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추진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독일 정부는 '인더스트리 4.0'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들어 재추진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은 2013년부터 독일정보통신산업협회(BITKOM)와 독일엔지니어링협회(VDMA) 같은 산업단체가 추진해온 것으로 ICT와의 접목을 통해 제조업 혁신을 이루겠다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사물인터넷(IoT)이나 사이버물리시스템(CPS)처럼 관련 기술표준을 정하는 데 난항을 겪고 실제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하자 독일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조업체를 위해 제대로 된 지원사업을 벌이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가 참고할 만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