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투자확대 호소 앞서 회사채 불안부터 잡아라

 회사채 시장의 경색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신용등급 A인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투자 기피가 두드러지면서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상환액이 발행액을 2조원이나 웃돌았다. 들어온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비우량기업에 집중됐던 시장 불안이 지난해 A등급이었던 웅진과 STX·동양의 붕괴로 우량기업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회사채가 자금조달 기능을 상실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위축의 영향은 자본시장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자금을 빌린 기업이 만기차환에 실패한다면 보유현금을 동원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생산설비를 늘리거나 교체하는 데도 부족할 자금을 빚을 갚는 데 썼으니 투자여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빚 독촉이 심하지 않은 다른 기업들 역시 언제 돈 가뭄에 시달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곳간을 꼭꼭 걸어 잠가놓은 상황이다. 제대로 된 기업활동을 기대하기 것 자체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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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경기가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피부로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정부가 대기업 투자확대에 그토록 목을 매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현재와 같이 불안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기를 기대하는 건 어렵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조사한 제조업 설비투자 경기실사지수(BSI)가 96에 그쳐 부정적으로 나타난 것이나 대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급증한 게 이를 증명한다.

 정부의 바람대로 투자확대가 이뤄지려면 시장 참여자들의 믿음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업에는 자금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을, 투자자에게는 기업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는 게 급선무다.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신용등급과 기업의 윤리경영 강화는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구조조정을 포함한 금융당국의 선제대응으로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 역시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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