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APEC정상회담과 통화위기/도널드 C 헬먼 교수(특별기고)

아·태경제협력체(APEC)가 기로에 서 있다. 24∼25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담에서 동아시아의 통화위기가 APEC 회담의 단골 의제들을 압도하고 있다.외환위기는 APEC정상회담에서 효과적으로 다뤄질 사안이다. 정상회담은 APEC행사중 경제 뿐 아니라 정치적인 관심사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행사다. 외환위기의 해결에는 경제학과 정치학이 모두 필요하다. 외환위기를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이나 미국과 일본의 일시적인 금융지원으로 해결 가능한 경제문제로 다루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동아시아는 산업혁명이래 처음으로 민주적 자본주의와는 다른 사회적인 뿌리를 갖는 성장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는 통화위기 해결여부와 관계없이 세계 정치 경제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문제는 아시아 경제기적의 재현여부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아시아와는 다른 형식으로 사업이 이뤄지는 세계 정치·경제체제에 적응할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IMF, 아시아통화기금 등 다양한 통화위기 대책들은 마치 통화위기가 단순히 기술적인 경제문제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다 엄격한 금융감독 체계와 단기간에 수요를 맞출 수 있는 국제적인 보유금의 창출 등이 필요하며 IMF는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일지 모른다. 하지만 철저한 서방기관으로서 IMF는 중대한 한계를 갖고 있다. 더욱이 통화위기는 잘못된 경제운영 뿐 아니라 아시아국가의 불안정한 정치체제에도 연유한다. 따라서 위기의 해결방안은 광범위한 것이어야 한다. 아시아지역의 개혁 방식으로 서구식 경제기준을 적용한다면 아시아적인 경제 운영방식을 잘못 이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는 서구와 아시아가 수렴하는 세계가 아닌 상호 독립적인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APEC정상회담이 다룰 의제는 무엇인가. APEC은 아시아의 정치, 경제체제의 미래를 그리게 될 것이다. 금융자원과 국제적인 경제력을 가진 미국과 일본만이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금융기관은 혼란에 빠져 있고 경제도 침체되어 있다. 일본정부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자금지원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정치적인 합법성이 부족하고 경제적인 지도력을 발휘한 적이 드물다. 미국은 APEC을 이끌 경제 및 정치·안보상의 능력과 위상을 갖고 있지만 클린턴 대통령이 신속처리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IMF가 통화문제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건설적이며 장기적인 해결책을 촉구하는 과감한 제안을 정상회담에서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APEC정상회담은 긴급의제로 채택된 아시아 금융위기 대책에 합의할 것이다. 미국은 세가지 입장을 포함한 방안을 지지할 것이다. 첫째, IMF가 즉각적인 반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유일한 기관임을 확인하고 APEC이 금융서비스 자유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통화위기 대책은 폭락의 도미노를 예방하는데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시아투자기금을 창설하자는 일본측 제안의 수정안을 채택하고 미국, 일본 및 다른 APEC회원들이 상징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APEC상임위원회의 즉각적인 설립과 함께 정보를 분류, 정리하는 기구와 경제 전문가 등 비정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소위원회 등이 구성되어야 한다. 이밖에 APEC정상회담은 사회간접자본시설 센터를 창설하자는 캐나다의 제안을 추진하는 방법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APEC을 포럼 형태에서 국제기구로 전환시키는 방안도 논의될 것이다. 물론 한국은 이번 회담 결과에 따라 직접적인 수익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이 회원국들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한국의 금융위기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지금은 한국이 금융의 세계화를 정치적인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으로 실행해야 할 시기다.<미 워싱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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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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