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태창 콘크리트/인화·성실 위기극복 “1등공신”(중기 홀로서기)

◎교통사고 다친몸 불구 사원단결·재기의지 꿋꿋이/상환마감 한시간앞 극적 대출… 이젠 「자립」 눈앞대부분의 중소기업 사장들이 그렇듯이 영업, 금융, 세무 등 거의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했기에 최사장의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회사는 은행업무 처리, 영업관계, 대금 회수 등에 엄청난 차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 사장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죽을지도 모른다는 소문마저 나돌아 거래처의 대금 결제가 미뤄지거나 아예 갚아야할 대금도 미루는 사람도 많았다. 또 직원들이 은행 차입금의 상환기일을 제대로 몰라 장기 연체가 발생하는 바람에 급기야 주거래은행에서 신용보증기금에 사고발생을 통지하는 등 회사는 도산 일보직전의 위기로 빠져 들었다. 그러나 최사장의 부인인 최경순씨는 남편의 교통사고 이후 회사로 줄곧 출근해 내부 일을 담당하며 거래처 및 신용보증기금 관계자에게 어려움을 호소하고 지원을 부탁했다. 그녀는 『회사를 자기몸처럼 아끼던 남편을 살리는 마음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최사장도 이런 지경에 몰린 회사 사정을 병원침대에서 누워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성한 몸이아닌 최사장은 병원을 나와 거래처와 은행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지원을 요청했다. 정선, 원주, 강릉 등 거래처가 있는 곳이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 대금 회수와 거래처를 물색하고 나섰다. 전반적인 건설경기 침체로 거래처 확보란 쉽지 않았고 우량업체와의 거래는 더더욱 어려워 힘들게 납품해도 대금 회수가 불투명한 형편이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92년 고향인 영월에 보도블록 제조업체를 설립, 성장가도를 달리던 최사장의 꿈이 무너질 판국이었다. 하지만 최사장의 재기노력에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평소 그가 닦아 놓은 신용과 성실이 위기로부터 그를 구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신용보증기금 원주지점의 조상엽 지점장은 시설자금에 대한 보증료가 2년간 밀렸음에도 보증기일을 재연장해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직원들도 몇달씩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도 회사를 떠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했다. 95년 10월31일, 기업은행 제천지점에서 대출받은 1억원의 상환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도저히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납품하고 받은 대금을 모두 모아봐야 3천만원의 어음이 전부였다. 최사장은 그 어음을 들고 지점장을 찾아가 탁자 위에 올려놓고 가진 것이라곤 이것이 전부라며 막무가내로 대출을 해달라고 사정했다. 회사의 운명을 하늘에 맡기는 기분이었다. 마감시간은 점점 다가 오고 있었다. 마침내 마감 한 시간을 남겨놓고 지점장은 『최사장의 정열에 내가 졌습니다』라면서 2억원의 대출을 승낙해 주었다. 한번 결심하면 꼭 이루고야 만다는 최사장의 고집과 열정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결국 태창콘크리트의 전사원은 인화라는 사훈아래 단결해 사장의 교통사고로 발생한 위기를 훌륭히 극복할 수 있었다. 아직 완전히 정상화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자립의 날이 그리 멀지만은 않다. 회사의 부채도 거의 갚았고 판매 실적도 꾸준한 증가세를 타고 있다. 특히 평소 이 회사의 경영지도를 담당하던 신보의 이남하 대리가 주선한 대규모 리조트 건설공사의 납품건도 거의 성사단계에 들어섰다. 최사장은 『의식을 잃고 병원에 누워있던 당시 친구들이 조의금을 마련하기까지 했다』며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태창콘크리트를 일으켜 도움을 준 분들과 사회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정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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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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