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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앞일을 헤아리고 준비하는 마음

신경섭 삼정KPMG 재무자문본부 대표


논어 위령공 편에 등장하는 '원모심려(遠謨深慮)'는 '먼 앞일을 헤아리는 심오한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눈앞에 근심이 닥치게 된다'는 뜻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깊이 곱씹어봐야 할 한자성어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회복된 자신감을 바탕으로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중국 증시는 거침없는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 역시 심상치 않다. 폭풍전야의 금융환경을 맞아 기업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우선 급격한 금리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거시환경은 금리 인상보다는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가계부채비율이 높아 금리상승 시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막대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개발도상국의 달러가 유출되기 시작하면 금리의 향방은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다. 따라서 기업의 부채비율을 조절하고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최근 시장의 유동성을 가장 많이 확보한 사모펀드와의 협력이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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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의 재무구조를 점검해야 한다. 급성장한 중국 경제가 성장통을 겪을 때가 됐기 때문이다. 경기가 침체하면 호황기에 풀렸던 자금이 제때 회수되지 못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금융기관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채권을 조기에 회수하거나 금리 인상, 추가담보 등을 요청하기 마련이고 이는 기업의 위기로 이어진다. 중국 사업의 비중이 높은 기업은 이러한 중국 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환율과 연동된 자산부채의 노출을 줄여야 한다. 과거 '키코(KIKO) 사태'의 아픔에서 보듯 환율변동에 따라 가치가 급변할 수 있는 항목, 특히 부채에 대해서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개발도상국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현지통화로 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이들 통화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개발도상국의 통화는 원화를 상대로 헤지(환손실 회피)하기가 쉽지 않지만 현지통화로 조달한 부채만큼 현지통화 자산을 갖추는 자연 헤지(Natural Hedge)는 가능하다.

선제적인 구조조정도 중요하다. 최근 조선·해운·철강·플랜트·화학 등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아파트도 급매물로 내놓으면 가격을 깎아야 하듯 기업의 자산도 여유가 있을 때 유동화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사계절의 뚜렷한 순환질서가 있어 천성적으로 겨울을 견디는 법을 알고 봄은 조바심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저서 '노란집'에서 한국의 저력을 이렇게 묘사했다. 대한민국이 앞일을 헤아리고 슬기롭게 대처해 다시 한번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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