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선 후보는 이날 거듭 대권에 재도전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도 "더 큰 국민정당을 만드는 데 역할은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박지원 원내대표에 이어 이용섭 정책위의장까지 사퇴해 지도부가 완전한 공백 상태에 처하자 비대위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당내에서는 정세균ㆍ김한길ㆍ이인영ㆍ추미애ㆍ박영선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비대위원장에 시민사회나 학계 등 외부인사 영입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
문 전 후보는 이날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선거대책위 시민캠프 해단식에 참석해 "정권교체를 이뤄보겠다는 꿈은 더 새롭고 좋은 분에게 넘겨야겠지만 새 정치를 만들어나가는 노력, 민주당을 보다 더 큰 국민정당으로 만들어가는 일만큼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 권한대행인 그는 특히 "민주당 힘만으로는 어렵고 시민사회세력에서 민주당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하고 민주당이 머뭇거리거나 하면 이끌고 견인해달라"고 말해 비대위에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할 뜻을 시사했다.
문 대표 대행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비대위를 구성한 후 정치 2선으로 물러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그는 전날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만찬을 가진 데 이어 이날 당 상임고문들과도 잇따라 만나 수습책을 논의했으며 이르면 이번주 말 비대위원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전 후보 측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은 대선에서 얻은 1,467만표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며 "대선 득표율인 '48% 민주당'을 보존해 '국민정당' 창당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비대위가 꾸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 구성과 새 원내대표 선임 등을 놓고 비주류그룹은 주류인 친노세력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서둘러 봉합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박 원내대표 사퇴를 계기로 비대위 체제로 조기에 전환해 친노그룹의 힘은 유지하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쇄신파의 한 의원은 "비대위 체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대선에서 왜 졌는지 뼈저린 반성과 평가,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며 "대충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단호히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친노 당권파가 4ㆍ11 총선 패배 후에도 제대로 된 평가 없이 넘어가다 오늘의 사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쇄신모임 소속 의원 등 비주류는 먼저 대선 패배 이유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거쳐 처방을 모색하는 게 순서라며 친노그룹의 완전한 청산 등 책임론을 제기해나갈 태세다. 비주류 쇄신파 의원들은 오는 26일 자체적으로 대선 평가 토론회를 실시해 친노 인사들의 2선 후퇴를 압박할 계획이다.
또 문 전 후보 측이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비대위원장을 당 내외 인사 중 지명하거나 영입하려는 데 대해서도 비주류는 "즉각 문 전 후보가 대표 권한대행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주류 측은 원내대표를 조속히 선출해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당헌은 원내대표 궐위시 1개월 이내에 의원총회에서 재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원내대표 경선이 대선 패배 이후 책임론 등을 둘러싸고 형성된 주류와 비주류 간 첫 세 대결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