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 中상용차 공장건설 무기한 연기 배경은

군용차 개조 군소업체도 난립 "현재로선 도저히 설자리 없다"<br>"정부 규제등 고려 시기조율… 반드시 진출할것"


정몽구 회장이 그토록 열성을 쏟던 현대자동차의 중국 상용차공장 건립이 무기한 보류됐다. 가장 큰 이유는 상용차 현지시장의 불투명성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의 침체속도가 예측보다 빠르게 진행돼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기가 쉽지 않은 시기라는 점도 투자보류의 배경이다. 당초 현대차는 승용차의 베이징현대와 트럭ㆍ버스의 광저우현대를 통해 승ㆍ상용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려왔다. ◇“보류할 수밖에 없다”=지난 2005년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다시 확인하기 시작한 중국 상용차시장은 겉보기보다 훨씬 열악했다고 한다. 무려 4년여에 걸쳐 시장진입 가능성을 점검하고 또 점검했지만 ‘지금 같은 환경 속에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는 것이 현대차의 판단. 가장 큰 걸림돌은 일상화된 불법적재라고 지적한다.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여전히 과적차량이 버젓이 운행되고 있다”며 “고성능ㆍ고마력의 수입 상용차가 설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군용차량을 화물차로 개조하는 군소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해 있다. 이들은 정부가 환경 및 중량 규제를 강화하면 설 자리를 찾기 힘들겠지만 현실은 성단위마다 둘쭉날쭉한 기준 때문에 화물차란 ‘화물을 적재해 굴러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 아래 조악한 화물차를 싼값에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중국산 화물차는 대당 1,000만원대.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판매원가 5,000만원짜리 차를 1,200만원에 겨우 팔아야 하는 실정”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외국투자기업이 받는 혜택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신기업소득세법과 노무 관련 법령이 외국자본에 불리하게 바뀌어서 과거처럼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게다가 중국 정부로서는 150여개의 자동차업체 가운데 값싼 상용차를 생산하는 곳이 100곳을 넘다 보니 외국 상용차 생산기지 유치보다는 자체 상용차시장 구조조정이 더 시급한 현안이다. ◇“시기를 조율할 뿐 반드시 진출”=중국 중대형 트럭시장은 한국의 20배, 버스시장은 7배, 경상용시장은 100배 규모로 추산된다. 대규모 국책사업이 계속 시행되고 있는데다 올 여름 올림픽을 앞두고 관광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오는 2010년에는 상용차 수요가 35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잠재력이 그만큼 높아 현대차로서는 외면할 수 없는 시장이다. 현대차는 우선 정부의 규제와 중국 상용차 산업의 구조조정 속도를 지켜보면서 투자시기를 재조정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 차 공장 설립이 역부족인 것이 드러난 이상 현재는 차선책을 위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며 조만간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임을 시사했다. 안수웅 LIG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가 완성차 공장을 직접 설립하는 것은 투자 부담이 크다”면서 “핵심 부품 수출을 통한 ▦기술 협력 ▦CKD 생산 ▦완성차 조립공장 순으로 진출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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