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또 '서리' 이어야 하는가

장상 국무총리서리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역사적인 의미가 크다고 할 최초의 여성총리 탄생이 무산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국회의 인사청문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장상씨 본인에게 일차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하겠다. 장씨의 도덕성이나 국가관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솔직함 보다는 기회주의적이었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생각이었다. 정당차원에서 본다면 민주당의 무책임한 대응도 안타까운 일이다. 대통령이 탈당했다지만 민주당은 엄연히 정권을 창출한 집권당이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도와줘야 할 책임이 있다. 총리임명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서 중대 사안에 속하고 더욱이 야당이 임명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민주당이 단합해서 찬성을 했더라면 한나라당의 찬성표를 합해서 가결이 무난했으리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모호한 대응은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대통령의 인사권행사에 대한 국회의 제동이라는 점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이 헌정사상 최초로 실시된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의원의 자유투표의 결과라는 점도 의미가 깊다. 대상자의 자질 검증 보다는 흠집내기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국회의 장상총리서리 인사청문회는 상당한 검증능력을 발휘했다고 본다. 국회에서 논의중인 인사청문회 대상공직을 넓히는 문제도 조속히 매듭을 지어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정략적으로 이용되면 많은 폐단을 낳을 수 있으나 제대로 운영되면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완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당장 다음 총리를 지명함에 있어서 대통령은 보다 흠결 없는 인물을 고르기 위해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다. 지난번 국회의장 선출 때 시행됐던 의원의 자유투표가 이번 표결에서 한층 위력을 발휘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자유투표가 야기하는 의외의 상황으로 인해 과거식의 당론투표로 회귀하는 일은 없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행정의 공백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또다시 총리서리를 임명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이번 사태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처사다. 행정의 공백은 서리를 둔다해서 메워지는 것이 아니고, 대행체제나 대통령의 결재를 통해 얼마든지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다음 총리후보는 서리가 아닌 후보자로서 지명되는 것이 합당하다. 국회의 동의도 받기 전에 총리행세를 하는 것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은 굳이 전문적인 해석이 필요치 않은 상식이다. 차제에 서리제를 폐지해 위헌소지의 원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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