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 칼럼] 경제 분열 초래하는 혼돈의 세계 정치




세계 경제의 분열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경제 성장과 통화정책·금융시장이 각각 따로 움직이면서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선진국 국채 금리는 전례 없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외환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경직된 정치 시스템에도 점차 큰 압력을 가하고 있다.


중앙은행·시장 힘만으론 회복 난망

오늘날 세계 주요 경제는 네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미국이나 인도와 같은 국가들로 이들은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금융 불안을 해소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으로 대표되는 두 번째 그룹은 과거보다 떨어진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새로운 경제상황에 연착륙하면서 꾸준히 발전할 것이다. 세 번째는 브라질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일부 국가, 일본 등을 포함한다. 이들 국가의 경제는 충분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한 채 하방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네 번째 그룹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그리스와 러시아 같은 국가로 운 좋게 성장세를 회복하고 금융안정을 되찾을 수도 있지만 자칫 붕괴되면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이러한 세계적 분열은 경제와 금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현상이기도 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정책 호응과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늘날의 혼란스러운 국내 및 국제 정치여건에서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접근방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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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경제에서는 대규모 양적완화와 같은 실험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 부진의 악순환과 정치 혼란을 완화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러한 정책에서 점차 발을 빼 다른 선진 경제들과 독립된 노선을 걸으려는 상황에서 추세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게다가 시장의 역할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25% 추락하고 브라질 헤알화가 무질서하게 하락하는 등 글로벌 통화시장의 혼란은 갈수록 커진다.

이러한 시장의 힘만으로는 글로벌 경제의 재균형을 이룰 수 없다.

하지만 세계의 많은 정치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방법, 즉 성장엔진 개조와 총수요 조정, 심각한 채무 경감 등에 대해서는 합의가 도출돼 있지만 문제는 실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이러한 기능 장애가 조만간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에서는 정부와 의회가 교착상태에 빠졌고 유럽에서는 포퓰리즘 정당이 정치 시스템을 뒤흔들고 있다. 브라질은 부패 스캔들로 혼란을 겪고 있고 러시아의 리더십은 지역 갈등 문제에 묶여 꼼짝을 못하고 있다.

경제활력 일으킬 정책 공동대응 필요

경제학자 마크 블라이스가 지적한 것처럼 이들 대부분의 경우 정부는 '할 수 없고, 할 의지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무력한 태도에 빠져 있다. 이러한 정부의 관성은 효과적인 정책집행을 방해하고 더 심각한 경기 부진을 유발한다. 하지만 정부가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면 결국 참신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에 의해 외부로부터 변화 압력이 가해질 것이다.

세계 경제는 지금 매우 긴박한 순간에 있다. 중앙은행과 시장의 힘만으로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결국 정치인들이 조속히 종합적인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 효과는 점차 떨어질 것이다. 나쁜 정치가 경제의 기회를 가로막는다면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계속 악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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