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M은 올해 초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개발을 위한 삼성전자와의 협력 사실을 공개했다. IBM에 따르면 두 회사 연구진은 삼성 버블샷 세탁기(W9000)에 IBM의 IoT 기술인 어뎁트 시스템을 적용해 세탁기가 각종 과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비용이 많이 드는 중앙통제 방식의 기존 인터넷 환경을 극복, 기기 간 자유로운 소통을 보장하면서도 민감한 개인정보를 철통같이 지키는 IoT 플랫폼의 개념을 완성했다는 것이 IBM 측의 설명이다. 이는 곧 IoT 시대를 주도하려는 삼성전자가 또 한 번 중요한 발걸음을 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은 이처럼 차세대 산업의 핵심 중 핵심인 IoT 분야에서 미국·중국 등과 함께 글로벌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조공정의 최대 혁신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스마트팩토리' 등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탁월함을 입증하고 있다.
◇집도, 차도 모두 연결되는 IoT 시대…공략 채비 분주한 우리 기업들=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는 스마트홈·스마트차로 대표되는 IoT 시대가 본격 개막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이벤트였다. 내로라하는 전자업체·통신사, 완성차 업체들이 스마트홈·스마트차는 물론 스마트그리드·헬스케어·웨어러블(착용형 기기) 등의 영역에서 저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구상을 쏟아냈다.
이처럼 IoT가 전 세계 산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가장 광폭의 IoT 행보를 보이는 국내 기업은 단연 삼성전자·LG전자다. 두 회사는 글로벌 가전 제조사로서 세계 IoT 트렌드를 선도하는 단계에 와 있다. 대부분의 가전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일부 제품은 이미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 메신저로 가전기기와 소통하며 원격 조종할 수 있는 LG전자 '홈챗'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반도체부터 가전·모바일, 각종 기업 간 거래(B2B) 분야를 아우르는 삼성전자는 전방위로 IoT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독립 스마트홈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개발해 스마트폰부터 냉장고까지 적용을 확대하는가 하면 스페인 텔레포니카처럼 국내외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구축한 스마트홈 플랫폼에도 뛰어들었다. 지난달에는 개방형 IoT 부품 개발 플랫폼인 '아틱'도 공개했다.
풍부한 현금다발을 쌓은 삼성은 IoT 스타트업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에 인수한 스마트싱스는 이미 삼성 스마트홈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차 플랫폼 벤처인 '빈리'에도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또 다른 대기업인 LG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은 스마트차에 주목해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자동차부품 사업에 뛰어들어 벤츠·제너럴모터스(GM) 등의 자율주행차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수십년간 가전·통신 사업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덕분이다. LG전자 자동차부품(VC)사업본부는 설립 2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넘겼으며 보쉬 같은 세계적인 차 부품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당장 올해 하반기 기초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모델을 판매하고 오는 2020년 고속도로 자율주행, 2025년에는 도심 자율주행이 가능한 모델을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스마트차의 핵심이라 할 차량 간 통신을 담당하는 텔레매틱스 기술의 자체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5년 내 17조원 달할 국내 IoT 산업…공장 스마트화도 착착=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국내 관계부처는 전 세계 IoT 시장규모가 2013년 2,000억달러에서 2020년 1조달러(약 1,117조원)로 5배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국내 IoT 시장은 같은 기간 2조3,000억원에서 17조1,000억원으로 8배 가까이 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IoT 시장의 구체적 현황을 진단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한국이 초기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영국 지적재산사무소(IPO)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한국 업계는 세계 IoT 특허의 국가별 출원건수 중 11%를 차지해 중국(38%), 미국(31%)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LG와 삼성은 중국 ZTE에 이어 IoT 특허출원 상위기업 2·3위에 각각 올라 있다.
스마트홈·스마트차의 한쪽에서는 제조현장을 스마트화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산업혁신 3.0'이 핵심이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운동을 본받아 정보통신기술(ICT)을 제조현장에 접목해 공정기술을 개선하는 작업이다. 경상북도 등지의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주무대로 대기업들의 후원하에 적극 전개되고 있다.
스마트공장의 중심기술은 전자식별장치(RFID)처럼 이미 널리 쓰이는 것부터 증강현실·IoT에 이르는 폭넓은 분야를 포함한다. 인력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고도로 복잡한 생산·물류 시스템을 관리하거나 공정 시뮬레이션을 통해 오류를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기술들이다. IoT의 핵심인 센서 기술을 응용해 자동화 설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미 삼성전자 같은 굴지의 제조기업들은 2000년대부터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제 협력사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에 이 같은 스마트 역량을 전수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11일 스마트공장 전진대회를 열어 삼성전자와 현대차·LG전자·두산·효성을 비롯한 9개 대기업이 350개 이상의 협력사에 스마트 공장 구축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17년까지 경북 지역에만 스마트공장을 400개 보급할 계획이며 2020년까지 전국에 스마트 공장 1만곳을 양성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