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이 탄생한 지 60주년을 맞는다. 지난 60년간 컴퓨터 기술은 비약적인 진보를 거듭해 왔다. 지금은 에니악보다 성능이 수 백배나 뛰어난 컴퓨터가 일반적이다.
◇포탄 탄도 계산기에서 PC로의 변신까지= 에니악의 등장 이후 컴퓨터는 여러 차례의 변신을 거듭했다. 에니악은 원래 포탄의 탄도를 계산하는 도구였기 때문에 다른 업무를 수행하려면 숱한 전선을 다시 연결해야 했다.
에니악 이후 선보인 것이 에드박(EDVAC). 에드박은 과학적 계산과 데이터 처리를 할 수 있는 범용 계산기였다. IBM은 이 같은 컴퓨터를 기업용 전산도구로 발전시켰다.
미국 디지털이큅먼트(DEC)사가 선보인 미니 컴퓨터는 컴퓨터를 중소기업의 사무자동화 도구의 반열에 올려 놓았고, 애플컴퓨터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이를 개인의 업무 및 오락용 도구로 바꿔 놓았다. 이를 계기로 진정한 의미의 ‘개인용 컴퓨터’인 PC(Personal computer)가 등장했다. 빌 게이츠는 컴퓨터를 비디오 플레이어와 비슷한 기기로 발전시켰다. 응용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설치하기만 하면 PC는 게임기, 타자기 등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변신하는 현대 문명의 총아로 부상했다.
◇애플을 탄생시킨 앨런 튜링= 에니악은 엄밀히 말해 최초의 컴퓨터는 아니다.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지난 1943년 진공관을 사용해 2진법 연산이 가능한 컴퓨터 ‘콜로서스(Colossus)’를 개발했다. 아타나소프 아이오와 주립대학 교수는 이보다 앞선 1939년 최초의 진공관 컴퓨터인 ABC(Atanasoff Berry Computer)를 만들기도 했다.
튜링이 만든 콜로서스 덕분에 연합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사용한 암호기계 에니그마(Enigma)의 암호를 해독할 수 있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도 콜로서스가 없었다면 기대하기 어려웠다. 군수용으로 개발된 컴퓨터가 이미 미국에서는 PC로의 발전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튜링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자살했다. 안타깝게도 콜로서스의 발명은 튜링과 함께 묻혀지고 말았다. 1970년대 PC 혁명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는 튜링을 기리기 위해 애플컴퓨터의 로고를 ‘먹다 남은 사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