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미술이 그린 상처


지난 80년대를 배경으로 작품 세계를 형성해온 386 세대는 “20~30대 젊은 작가들이 현실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고 주관적이며 경박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환경적으로 경험의 질 자체가 다른 젊은 세대를 집단화된 정치적ㆍ사회적 의식을 공유한 이전 세대와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7080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거대담론이나 개념보다 정서적인 공감대를 통해 감상자와 소통하고 있다. 많은 젊은 작가들은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삶의 경험을 유머러스하거나 시니컬하게 표현한다. 따라서 그들의 작품 세계는 ‘감성적 소통’이라는 부분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런 감성적 소통의 중심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대상은 바로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다. 트라우마는 개인적 성숙 또는 자아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기도 한다. 세대를 달리하는 작가나 관람객들은 그 질감과 체온의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는 없더라도 정서적 소통은 가능하다. 시대가 다르고, 환경이 바뀌었다 해도 개인적인 상처에서 비롯된 트라우마는 항상 존재하니까. 예를 들면, 80년대를 직접 겪지 않은 7080 세대에게 ‘민중미술’이란 정치적 구호로서가 아니라 시대의 트라우마와 실존적 불안으로 경험된다. 시대적 환경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의 아픔과 상처를 다룬 정서적 소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7080 세대의 작업에는 이들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거대담론이나 개념은 존재하지 않지만 특별한 사전 지식이 없는 관람객이라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도상을 통해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려준다. 때로는 감각적이고 재치까지 겸비한 발랄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내면에 침잠한 듯 어둡고 음울하기도 하다. 최근 밝고 화려한 작품이 잘 팔리는 미술 시장의 동향에서 소외된 채, 자신의 아픔과 고독을 드러내는 암울한 작품에 자꾸만 눈길이 멈춘다. 작품 속에서 작가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통해 자신의 분신을 창조해내는 작가는 자기 마음속에 없는 것을 드러낼 수는 없다. 그러한 진실성이 감성 소통의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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