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아시아 유가보조금 철폐해야

<파이낸셜타임스 18일자>

아시아 정부들은 고유가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종 수단을 고안해내고 있다. 필리핀은 석유 배급제도를 도입했고 중국은 정부기관 사무실의 설정 온도를 높임으로써 여름철 에어컨 사용을 줄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야간 TV 시청을 제한하고 보다 간편한 근무복장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유가 보조금을 받고 고유가 시대를 실감하지 못하면 이러한 조치는 모두 허사가 될 것이다. 미국 다음으로 원유수입이 많은 중국의 경우 석유 소매가격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원유가격은 30% 인상됐지만 중국 내 정제유 가격인상은 15%에 그치고 있다. 중국 국영 정유회사들은 또 원유가 인상에 따른 부담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들은 결과적으로 중국 남부 지역의 원유부족 사태를 야기했고 중국 정부가 가격 통제를 통해 피하고자 했던 국민들의 저항을 불러오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딜레마는 보조금 정책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보여준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지난 3월1일 용감하게 석유가격을 29% 인상했다. 하지만 원유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석유가격 인상을 통한 정부재정 흑자분은 한 달도 안돼 모두 소진됐다. 올해 보조금은 1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중앙 정부가 의료와 교육에 지출하는 예산의 13배, 지난해 12월 쓰나미 피해를 당했던 아체 지역을 5년간에 걸쳐 재건하는 데 드는 비용의 3배에 달한다. 유도요노 대통령의 실수는 가격을 인상하면서도 가격결정 메커니즘은 그대로 유지했다는 데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정부로 하여금 유가가 오를 때마다 비용을 부담하게 할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유가급등은 정부책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보조금 정책은 또 관료주의를 양산할 뿐 아니라 더 높은 가격이 책정돼 있는 이웃 관할 구역으로 석유를 밀수하는 등의 범죄를 키우는 부작용도 있다. 비효율적인 발전소와 차량, 그리고 흥청망청 쓰는 소비자들로 인해 이미 아시아 지역에서는 너무 많은 에너지가 낭비됐고 불필요한 오염이 발생됐다. 보조금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보조금 제도는 유가가 더욱 올라 정치적인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분해시켜야 할 덫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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