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전국 각지에서 근무 중인 통계조사원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했다. 현장 통계조사원들이 청와대로 초청된 것은 통계청의 전신인 통계국이 옛 공보처 산하에 설립된 후 6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격려할 정도로 최근 통계청 현장조사원들의 조직 내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과거 연공서열 위주였던 인사의 틀을 깨고 9급 출신이 사무관(5급)으로 고속 특별승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월 인사에서 통계청 현장조사 담당 9급 출신 가운데 최단기간인 19년 만에 사무관 승진자로 내정된 장수안(사진)씨가 대표적 케이스. 지방에서 현장조사를 담당하는 9급 출신이 사무관을 달려면 보통 25~30년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승진은 파격 그 자체다.
호남지방통계청에서 농업작물 재배면적 조사를 총괄하는 장씨는 1993년 총무처 9급 국가행정직으로 공직에 들어와 그해 농림부 농업통계사무소로 첫 발령을 받았다. 이후 직제개편으로 농업통계 일부가 통계청으로 이관된 1998년부터 지금까지 호남지방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 내정자는 "현장조사를 나갈 때마다 원시자료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비표본오차를 줄이려 노력했다"면서 "이런 부분들이 인정을 받은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농업면적을 조사할 때 목측(目測)과 실측을 병행하는데 정확한 측정을 위해 눈으로 본 면적을 포털사이트의 위성지도와 비교, 오차범위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하면 통계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이 아이디어는 지난해 통계청에서 최우수 정책제안상을 받았다.
장 내정자는 "통계의 질은 현장조사에서 응답자로부터 얼마나 충실한 내용을 받아내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통계조사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늘면서 현장조사 때 애로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국 각지의 통계조사원들은 국가정책의 밑바탕이 되는 통계의 시작이 자신의 발끝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면서 "개인들의 응답자료는 통계 목적 외에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작성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조금 더 협조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