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부품소재 산업은 승자가 독식


한때 소형 카세트의 대명사였던 '소니 워크맨'을 갖는 것이 모든 젊은이의 꿈인 적이 있었다. 미니 카세트를 허리에 차고 이동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획기적인 이 발명품은 지난 1979년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순식간에 전세계 전자제품 업계를 휩쓸며 30여년간 2억2,000만대 이상 팔렸다. 한 시대를 풍미한 소니 워크맨이 처음 나왔을 때 '우리는 왜 못 만들까' '우리는 언제쯤 만들 수 있을까'라며 일본의 기술력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특별법 덕에 對日 무역의존 줄어 하지만 세월이 흘러 미국 애플사의 아이패드가 세계적 선풍을 몰고 온 지난해 초 곧바로 갤럭시 탭으로 도전장을 내민 삼성전자가 있었기에 우리는 더 이상 소니 워크맨 등장 때와 같은 충격을 받지 않았다. 우리나라 기업이 애플과 거의 동시에 경쟁제품으로 당당히 맞설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싹 텄을까. 바로 1990년대 초 당시 상공부 주도로 고화질(HD)TV를 개발하던 초창기 때 대학과 연구소, 그리고 몇몇 대기업이 영상신호처리 기술개발에 참여함으로써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서가 아닌가 싶다. HDTV 개발 사업에 참여한 인력이 다양한 산업분야로 확산되고 이를 통해 정보통신·전자부품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의 기술 축적과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정책, 기업의 강력한 의지 등 삼박자가 모두 맞아 떨어졌기에 첨단제품을 발 빠르게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특히 2001년 정부가 부품소재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부품소재 전문 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부품소재 산업의 육성기반을 마련한 것이 효력을 발휘했다. 정보기술(IT) 제품의 핵심인 부품소재 산업은 한때 대일 무역역조의 주범으로 불리던 분야였고 지금도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해 2001년 105억달러에서 2010년 243억달러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같은 기간 대일 의존도는 확실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001년 28억1,000만달러에서 2010년 25만2,000만달러로 감소했고, 특히 대일 무역적자 중 부품소재의 적자 비중은 103억5,000만달러에서 66억5,000만달러로 60%나 낮아졌다. 대일 무역의존도 감소에 반해 부품소재 분야의 무역흑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2001년 27억달러에서 2010년 779억달러로 28.9배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부품소재특별법은 속속 결실을 만들어 내면서 국내 부품소재 기술 발전은 물론 관련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부품소재 산업의 특성상 장기적 대규모 투자 없이는 시장 진입조차 힘들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한시법으로 올해 말 자동 소멸되는 부품소재특별법을 연장하기로 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부품소재 분야는 승자 독식의 논리가 지배적이기에 장기적으로 집중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국들이 100년 이상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부품소재 기업을 보유하게 된 것도 20~30년 이상 총력을 기울여 연구개발(R&D)에 나섰기 때문이다. R&D 투지는 경쟁력 제고 필수 때마침 부품소재 분야를 비롯한 국내 R&D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R&D 축제'가 열린다. 이달 21~23일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열리는 '2011 지식경제 R&D 성과 전시회'가 바로 그것이다. 10년 뒤, 20년 뒤 우리나라 성장동력의 씨앗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자리다. 또한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여 개발한 지식경제 R&D 성과를 '투자자'인 국민에게 보고하고 평가 받는 장이기도 하다. 부품소재 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품소재 분야의 자립 없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명실상부한 선진국 진입은 요원하다. 특히 이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의 R&D 투자는 국가와 산업 경쟁력 제고의 '필수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품소재 산업의 지속적인 R&D 투자에 대한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이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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