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인삼밭을 가다<BR>우량삼 비율도 전국평균보다 20% 높아<BR>인삼公, 경작자금 무이자 농가지원 활발
| 최성직씨가 백령도 인삼 밭에서 갓 캔 6년근 인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올 가을이면 인삼은 다 자라 한국인삼공사에 전량 수매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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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191.4㎞, 쾌속선으로도 4시간 남짓 걸리는 백령도에 인삼 바람이 불게 된 것은 96년 옹진군청이 인삼 재배를 권유하면서부터. '공무원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 농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황선복 옹진군청 과장은 전국 인삼 조합 등을 몇 번이고 찾아 다녔다. 당시 황 과장의 요청을 받고 백령도를 서너 차례 방문해 인삼재배 조건을 조사한 한국인삼공사의 목성균 박사는 "개성과 너무 비슷해 무릎을 쳤다"고 말했다.
"개성과 백령도는 모두 위도 38도 선 바로 밑에 있고, 서리 없는 기간이 180일이 넘는 점도 같았지요. 30℃가 넘는 날씨가 4~5일 계속되면 위험한데 8월 평균 기온이 24.7℃ 정도로 비슷하다는 것도 장점이었어요"
지난 25일 백령도에서 만난 지역 토박이 최성직(68) 씨도 한국전력 지사장으로 일하다 지난 1999년부터 인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자가용 편으로 부두에서 산비탈에 자리잡은 그의 인삼 밭을 가기까지 내륙 곳곳에서 파란색 해 가림 시설이 설치된 인삼 재배 밭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백령도에서 재배되고 있는 인삼밭 규모는 총 4만5,000평. 이 가운데 최씨의 인삼 밭은 2만평에 이른다. 최 씨는 "인삼은 따뜻하면서도 서늘해야 하고, 습기가 유지되면서도 햇볕은 적당히 있어야 해 키우기 참 까다로운 식물"이라며 "손은 많이 타지만 백령도 인삼은 속이 단단하고 향이 많아 최고의 우량삼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에 따라 풍파가 심한 서해 최북단 백령도이지만, 6년근 인삼으로만 보면 천혜의 땅이기도 한 셈이다. 실제 최 씨가 생산한 6년근 인삼을 전량 수매하는 인삼공사에 따르면 백령도의 우량삼 비율은 전국평균 대비 20%가 높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인삼공사는 경작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등 현지 농가를 돕고 있다.
11명으로 구성된 백령도 삼우회(蔘友會)를 끌어가고 있는 최 씨는 "좋은 품질의 인삼을 만들기 위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서로 돕고 의지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며 "백령도 인삼이 더 잘 알려졌으면 한다"고 바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