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에 야심차게 선보인 디젤 차량 ‘E 220 CDI’. 유럽에서는 승용차의 절반 이상이 디젤 엔진이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까지 소음과 진동 등에 대한 선입견으로 휘발유 엔진 차량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일까. 벤츠코리아는 지난 1월 초 ‘부산~포항~영덕~속초’로 이어지는 총 484㎞ 구간의 ‘부산~속초 랠리(Journey Of CDI)’ 행사를 성대하게 열었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중국의 베이징에 이르는 총 1만3,600㎞ 구간의 ‘Paris to Beijing’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의 디젤 승용차를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가 출시한 디젤차라는 사실 때문인지 승차감과 성능이 궁금하다. 외관은 기존의 E-시리즈와 흡사하다. 하지만 디젤 엔진 특유의 힘이 느껴진다. 시동이 걸릴 때의 묵직한 엔진 소리는 먹이를 앞두고 숨을 죽이는 맹수의 숨소리를 연상하게 한다. 시승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다소 느리지만 묵직한 출발이 시작됐다. 어느덧 계기판의 바늘은 60㎞를 지나 80㎞, 100㎞를 넘어섰다. 무엇보다도 압권은 시속 60㎞ 구간부터 전해지는 디젤 엔진 특유의 강력한 파워.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윗몸이 뒤로 젖혀질 듯 강한 탄력을 보이며 질주한다. 가속력이 상당해 질주본능을 자극시킨다. 탄력이 붙은 후에는 속도는 숫자에 불과했다. 물고기와 낚싯줄을 사이에 두고 손맛을 즐기는 강태공처럼 기자는 가속페달을 두고 발끝에서 전해지는 파워를 즐길 수 있었다. 진동이나 소음은 속도가 높아져도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다. 오히려 속도를 더할수록 안정적인 느낌이 전해진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엔진 소리는 바람소리에 묻혀 가속페달에 전해지는 감각에만 의존하게 됐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신호 대기를 하는 동안에도 엔진 소리는 들릴 듯 말 듯하다. 하지만 이는 어린아이의 새근거리는 숨소리 정도. 창 밖 너머 다른 차량의 엔진 소리가 오히려 크게 들려왔다. 연비도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부산~속초’ 랠리에서는 리터당 15.62㎞를 기록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 차량은 2,148㏄의 3세대 커먼레일 CDI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했다. 차량 가격은 6,490만원이다. 하지만 시승 후 이 차량에 6ㆍ7단 자동변속기가 아닌 5단 자동변속기가 채용됐는지 의구심이 든다. 1936년 이후 전세계 디젤 차량을 이끌어온 메르세데스-벤츠의 ‘E 220 CDI’가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신화를 창조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