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동결한 것은 향후 경기에 대한 낙관이라기보다는 ‘일단은 지켜보자’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금리인하를 바라는 듯한 시그널을 보낸데다 한은조차 내년에도 4%대의 낮은 성장률을 전망,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년 초에 추가 금리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9일 본지가 보도한 국내외 경제전문가 설문에서 뉴욕 월가 투자자들과 국내 이코노미스트들은 1년 내에 최고 0.50%포인트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박승 한은 총재는 “내년 상반기까지 우리 경제가 횡보를 지속하겠지만 이는 지난 8월 금리인하 당시 예상했던 대로”라며 “8월과 11월의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내년 상반기 경기가 나빠지겠지만 이를 미리 예상, 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통상 6개월 가량 시차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현 시점에서 금리를 내려봐야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금통위가 “유동성 사정은 원활하나 금융기관이 신용위험에 민감해진 상태여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여전히 저조하다”고 밝힌 것은 금리를 내려 돈을 더 풀어봐야 그 돈이 기업 부문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로 해석된다.
박 총재는 또 “금융통화위원들은 장기적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가 지속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금리가 워낙 낮아 돈을 저금하면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돈이 채권시장이나 주식시장ㆍ부동산 등으로 흘러가 실물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박 총재는 이와 관련, “부동산시장의 어려움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금리인하로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형성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으로 내년 하반기, 내후년까지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기 때문에 금통위는 부동산시장 거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관건은 한은이 예상한 대로 내년 상반기부터 금리인하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가계채무 조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하반기 중 내수가 의미 있는 회복을 보일 수 있을지 여부다.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수출둔화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만큼 내수가 예상만큼 살아나지 못한다면 추가 금리인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당초 하반기 중 가계부채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지만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박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에 따른 소비회복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