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발전의 견인차였던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5일 개막된 중국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정부 공작(업무)보고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90년부터 중국경제를 앞장서 지휘해온 그는 98년 총리에 임명되자 대담한 경제정책으로 중국경제를 환골탈태 시켰다. 5년간 연평균 8%의 고도경제성장과 함께 시장경제의 기틀을 다지고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개방경제체제를 정착시켰다.
그의 업적을 기려 지난해 12월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 참석자 전원이 2분간 기립 박수를 보냈고 5일에도 전인대에 참석한 2900여명의 대표가 그의 연설에 수십 차례 박수를 쳤다. 그가 이처럼 관계자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청렴을 바탕으로 개혁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의 개혁자세는 앞으로 계속 개혁을 실시할 해야 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단호하고도 과감한 추진력 때문에 `철혈(鐵血) 철면(鐵面) 총리`로 일컬어진 주총리는 “열성껏 직책을 다하고 대담하게 참말을 하며 미움 살까 봐 두려워 하지 말라”는 말을 후임총리 등에게 남겼다. 그도 그의 3대업적으로 꼽히는 정부업무 효율화를 위한 정부기구 축소 및 개편,부정부패척결,국유기업 개혁 및 금융부실 채권정리 등을 추진하면서 많은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이러한 개혁정책의 추진결과 농촌의 피폐,실업자 급증,빈부격차 심화,부동산시장 과열 및 환경오염이란 문제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이의 해결책으로 적극적 재정정책을 유지,사회안정을 추구하면서 개혁과 구조조정을 계속 실시해야 한다는 처방전을 제시했다. 특히 행정기구의 간소화와 규제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그의 제안은 바로 우리정부와 경제에도 해당된다는 점에서 귀담아 들을 만 하다.
중국경제는 앞으로 고도성장 지속과 더불어 질의 향상과 안정성 제고 및 동서균형발전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과제는 앞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등 제4세대 지도자들이 해결해야 할 일이지만 주총리의 청렴하면서도 투철했던 개혁정신을 얼만큼 살려나가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지도자들은 지금까지 주총리의 개혁을 옆에서 지켜본 터라 일단은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퇴진하면 문을 걸어 잠그고 책만 보겠다”는 것이 주총리가 밝힌 앞으로의 생활 계획이다. `경제황제`로까지 불리면서도 청렴한 생활을 해왔던 그는 퇴진 후도 검소하고 욕심 없이 보내겠다는 것이다. 문을 잠근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정치에 미련을 갖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라고 할 것이다.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고도 툭툭 털어버리고 야인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김형기기자 k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