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리에 우는 서민] 대부업 상한금리 인하 서민엔 오히려 毒?

상한선 내린 만큼 대출승인율도 낮춰<br>대부업체서도 못 빌리면 사채 내몰려

SetSectionName(); [금리에 우는 서민] 대부업 상한금리 인하 서민엔 오히려 毒? 상한선 내린 만큼 대출승인율도 낮춰대부업체서도 못 빌리면 사채 내몰려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경은(36ㆍ가명)씨는 최근 200만원을 빌리기 위해 대부업체를 찾았지만 대출을 거절당했다. 다른 대부업체에 대출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 금액은 빌렸다가 금방 다시 갚고는 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민들이 고금리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달래주겠다면서 시행한 '대부업 상한금리 인하'가 일부 서민들의 그늘을 오히려 깊게 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역설적인 상황이다. 정부는 고금리 대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정상한 금리를 지난해부터 계속 내리고 있다. 이달 말부터는 최고 금리가 연 44%에서 연 39%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김씨 같은 일부 서민들에게는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돈 자체를 빌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 44%의 금리가 매우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돈을 아예 빌리지 못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사채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어서다. 이는 법정금리 상한선이 낮아지면서 대부업체들이 대출 승인율을 낮추기 때문이다. 즉 고객들이 대출을 신청해도 이를 실제로 집행하는 비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법정금리가 높으면 연체가 생겨 손실이 나더라도 여기에서 보전할 수 있지만 최고 금리한도가 낮아지면 고객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나은 사람에게만 돈을 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최고 금리가 연 66%였을 때의 대부업체 승인율(정보공유 59개사 평균)은 18.47%에 달했지만 최고 금리가 49%로 낮아지자 승인율은 14.5%로 하락했다. 이후 44%로 한번 떠 떨어지자 승인율은 12.6%로 더 낮아졌다. 100명이 대출을 신청하면 12명 정도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승인율이 낮아지면 일부 고객은 대부업체마저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당국도 고민하고 있다.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사람은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서다. 그렇다고 서민들이 높은 대출금리로 이용하게 할 수는 없어 진퇴양난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사금융 관련 상담건수는 1만1,000건으로 전년 대비 40.2%나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기관을 활성화해 대부업 수요를 흡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절대적인 대출금리 수준이 높은 만큼 이를 낮추고 대부업에서 나오는 대출수요를 서민금융기관에서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서민들이 금리 문제로 고통 받는 일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법정금리를 낮추면 풍선효과로 대부업체 이용고객이 사채시장으로 몰리게 된다"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서민금융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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