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오너 출신 회장에 대한 기대

이상훈 기자 <정보산업부>

한 대형 벤처캐피털업체의 K사장이 기자에게 들려준 이야기 한토막. “도룡뇽을 살리기 위해 100일 동안 단식하며 천성산 경부고속철도 터널공사를 중단시킨 지율 스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면접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수험생) “그렇다면 기업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지율 스님의 행동을 어떻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까.”(면접관) “굳이 말씀 드린다면 도룡뇽 때문에 목숨을 담보로 한 단식을 통해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는 행동을 잘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수험생) 그 수험생은 과연 합격했을까. 애석하게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단다. 수험생의 답변은 매사에 생사를 거는 기업인의 생리와는 동떨어졌다는 게 그 이유였다. ‘목숨을 내놓겠다’는 각오 없이는 조직을 제대로 꾸려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얘기가 나오게 된 연유는 따로 있다. 기자가 오는 25일 고정석 일신창업투자 대표가 제7대 벤처캐피털협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K사장은 ‘수험생 얘기’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아무래도 전임 회장들은 전문경영인들로 이래저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만큼 차기 회장이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더 충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전임 회장들은 낙방한 수험생의 태도와 비슷했다는 얘기였던 셈이다. 벤처캐피털업계는 지금 4년 만에 찾아온 호황 덕에 ‘재기의 계절’을 맞고 있다. 바로 이때가 업계의 산적한 현안으로 지적되는 ▦우선 손실충당제도 ▦조합 의무 투자 비율 ▦조합의 현물배당 금지 등을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는 바로 열과 성을 다해 업계 이익을 대변할 회장의 역할로 여겨진다. K대표가 내린 평가의 진의 여부를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그가 말하고 싶어 했던 회장의 자세를 들려주고 싶을 뿐이다. 사실상의 오너 겸 최고경영자(CEO)로는 처음으로 회장에 오르게 되는 고 대표에게 거는 업계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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