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균형발전 명분에 경제 망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지난 7일 발표된 당정의 수도권 공장 허용방안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촌평을 내놓았다. LG전자 등 4개사는 포함됐지만 정작 재계가 ‘허용해달라’고 간청했던 하이닉스반도체가 명단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에 대해 “생색 내기용”이자 “소탐대실 정권을 또 한번 확인시켰다”고 혀를 차고 있다. 지방 균형 발전을 한다며 ‘한국 경제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참여정부는 줄곧 서민과 지방을 돕는다고 외쳐왔다. 하지만 정책의 결과는 정반대다. 서민들은 부동산값 폭등에 삶의 의욕마저 잃었다.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지난 4년 동안 앉아서 수억원의 자산 손실을 입었다. 양극화를 해소한다며 부자와 대기업을 윽박질러댔지만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됐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도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재계 관계자를 만나는 자리마다 “투자를 많이 해서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주문해왔다. 하지만 투자 여건을 조성할 ‘멍석’을 깔아주기는커녕 있는 밥상마저 걷어차는 신의 없는 행동을 반복해왔다. 순환출자 규제를 한다며 재계의 부담만 가중시킨 게 대표적이다. 하이닉스는 이천공장 증설에 1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지 오래다. 이 정도 규모의 투자라면 일자리 수천개는 ‘식은 죽 먹기’다. 반도체산업은 한국 경제의 견인차다. 반도체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위해 하이닉스 공장 증설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공장 증설을 시작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부에서는 대선 표를 겨냥한 듯 “청주로 가라”며 암묵적인 압력을 넣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면 “돈 많은 대기업이 좀 희생하면 안되겠느냐”는 분위기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 지식산업은 고급인력이 중요하다. 하이닉스 입장에서 청주공장이 경쟁력이 있다면 이천공장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간신히 부실의 늪에서 빠져나온 하이닉스에 또 다른 부실 리스크를 강요하는 꼴이다.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논리 때문에 산업공동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말을 정부와 여당은 이제라도 제발 경청했으면 좋겠다. 참여정부 집권기간 이 퇴보에 퇴보를 거듭한 ‘잃어버린 5년’이었다는 비판을 듣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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