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대한 `몰래 카메라`사건을 수사중인 청주지검 특별전담팀은 18일 K검사에게 양 전 실장의 청주 방문을 사전에 알려주고 술자리 당일 K검사와 집중적으로 통화한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박모(46ㆍ여)씨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이번 긴급체포는 몰카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혀 일단 다른 혐의로 박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몰카 사건에 대한 보강 수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씨가 술자리 전후로 K검사와 수 차례 통화할 당시 모 종교단체 대학연합서클 소속 한 학생의 휴대폰을 이용, 이를 은폐하려 한 사실을 밝혀내고 통화 내용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양 전 실장의 청주 방문을 사전에 알게 된 경위와 관련해 박씨와 K검사간의 주장이 엇갈린 점을 중시, 대질 신문을 하는 과정에서 K검사의 개입 사실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K검사가 몰카 기획, 제작, 유포 과정 중 어느 단계에서 개입했는지, 어느 정도까지 관여했는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용의자 박씨 등이 K검사와 관계없이 키스나이트클럽 이원호(50ㆍ구속)씨와 원한관계에 있는 인물들과 공모해 몰카를 제작, 유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K검사는 박씨가 밤샘 조사를 받고 난 뒤인 18일 오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밝혀져 배경이 주목된다.
추유엽 청주지검 차장검사는 “K검사가 사의를 밝혔으나 대검 감찰이 진행 중이므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표 제출을 유보토록 했다”고 밝혔다.
이는 K검사가 범죄와 연루됐을 경우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하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검찰은 K검사에 대해 이틀째 밤샘조사를 벌이는 한편 K검사가 담당했던 사건 서류 일체를 회수하는 등 사실상 업무정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K검사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몰카에 개입한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영주 청주지검장은 “그 사람이 조금씩 마음을 바꾸고 있다”고 말해 K검사가 몰카와 관련한 진술을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씨의 검찰내 비호세력 의혹 규명에 나선 대검 특별감찰팀(팀장 유성수 감찰부장)은 청주지검에서 비호 의혹 관련 당사자들을 상대로 갈취교사, 살인교사 등의 내사가 중단된 과정에 검찰 내부 인사의 영향력이 행사됐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또 이씨로부터 정기적으로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진 검찰 직원들에 대한 조사도 벌였다.
유 부장은 “검사의 유착 및 비호 의혹에 대해 유형별로 심도있고 세밀하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주=한덕동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