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대선공약에 포함하는 경제민주화 내용을 가다듬으며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실현 가능성'과 '실천의지'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기존 순환출자 완전 해소,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계열분리명령 등 경제 현실을 도외시한 이념적 성격이 강한 정책과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제안 중 출자총액제한을 제외한 대부분의 내용을 포함시킨 것도 눈에 뛴다.
국민행복추진위원회를 이끌며 경제민주화 추진단장을 겸하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서 "박근혜 후보가 11월 중순 이전 경제민주화 종합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방안은 김 위원장과 박 후보 간 조율만 남겨놓은 상태다. 행추위의 경제민주화 공약방안은 크게 ▦불공정 거래 금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 권한 강화 등으로 크게 나뉜다.
불공정거래 금지에서는 대기업 총수 일가가 계열사를 통해 한 일감몰아주기가 적발되면 지분조정까지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총수 일가에 주식 처분이나 회사 분할까지 요구할 수 있는 셈인데 재발 방지를 위해 뿌리까지 뽑겠다는 것이다. 행추위 관계자는 "지분 조정제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밝힌 계열 분리제 보다 실효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체의 근간인 사유재산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그 밖에 재벌총수가 횡령ㆍ배임을 저질러도 경제 살리기 명분으로 내린 집행유예 관행을 금지하기 위해 유기징역을 7년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다만 처벌 기준이 되는 이득액을 현행법은 5억원과 50억원으로 구분했지만 행추위는 ▦100억원 이상~300억원 미만 ▦300억원 이상~1,000억원 미만 ▦1,000억원 이상으로 완화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횡령과 배임을 구분해 배임의 경우 처벌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 위원장이 강조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담합 피해자의 권익을 높이기 위한 내용이다. 이와 맞물려 공정거래법 위반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행위 금지 청구권을 가질 수 있게 했다. 담합 행위자는 피해 발생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하고 담합 행위 주도자는 자진신고해도 처벌 감면 혜택을 축소했다. 담합 이득이 가장 높은 주도자가 먼저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과징금이나 검찰 고발을 면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존 순환출자의 마지막 고리에 의결권을 제한한 내용이다. 재벌 총수가 계열사 A를 소유하고 이는 A→B→C→A 의 형식으로 고리를 이루는 환상형 순환출자에서 C→A로 가는 지분의 의결권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 밖에 금산분리 방안인 산업자본(제조업 등)의 은행지분제한 4%로 축소, 산업자본의 사모투자 전문회사를 통한 은행지분 취득한도를 18%에서 10%로 낮췄다.
또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불거진 금융회사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ㆍ카드ㆍ보험사 등 제2금융권 대주주도 주기적으로 적격성을 심사 받게 했다. 다만 대기업 금융회사가 계열사의 주식을 소유하면 불리하게 평가 받는 자본 적정성 평가강화는 이번 공약 논의에서 빠졌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역시 좀 더 논의하기로 했다. 두 방안은 모두 삼성그룹을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내용이다. 행추위는 대신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시켰다. 우선 이사회 구성에 소액주주가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담합 등에 따른 집단적인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집중투표제와 이중대표소송제를 확대ㆍ신설했다. 소비자 권익을 강화하기 위해 담합 소송을 통한 배상금을 현행처럼 국고가 아니라 피해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