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아일랜드 정치권의 새로운 역할

아일랜드 연립정부가 유럽에서 재정위기의 결과로 붕괴하는 첫번째 사례가 됐다. 물론 예상했던 일이다. 현 공화당(Fianna Fail) 연립정부가 전례 없는 내분을 겪으며 무너진 것은 금융권의 엄청난 빚을 대신 갚아줘야 했던 국민들의 분노가 가장 큰 원인이다. 브라이언 카우언 총리는 지난 18일 당내 신임투표에서 살아남았지만 20일 외부압박에 의해 오는 3월의 조기총선 실시를 선언했고 22일에는 결국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가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 과정에서 앵글로아이리시은행의 전 행장을 비공개적으로 만난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그의 리더십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장관 6명의 사임 등 공화당은 내각 쇄신을 단행했지만 23일(현지시간) 녹색당이 연립정부 탈퇴를 선언하면서 연정이 완전히 무너졌다. 아일랜드는 독립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시점에 연정 구성원들이 이러한 당파적 움직임까지 보임에 따라 집권 공화당은 조기총선에서 참패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공화당의 참패는 당연하다. 공화당은 금융권 등 특정 경제권에 대한 편파적 지원 등을 바탕으로 1990년대의 거품을 2000년대까지 인위적으로 지속시켰다. 정권과 친밀한 은행들에 대한 백지수표 남발은 아일랜드가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보호를 받는 굴욕으로 끝났다. 조기총선을 통해 야당인 중도우파 통일아일랜드당(Fine Gael)과 중도좌파 노동당의 연정이 들어설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갑작스런 정권교체로 적지 않은 정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일부 포퓰리스트들이 이 틈을 파고들 수 있다. 이번 조기총선이 아일랜드의 미래를 위해 극히 중요한 이유다. 총선은 재정위기에 대한 책임문제 등 국가적 이슈를 올바르게 다뤄야 한다. 은행들의 채권자들도 구제금융 비용을 부담한 납세자들과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하느냐가 이번 선거의 핵심이슈가 될 것이고 또한 그래야 한다. 여기서 아일랜드의 주류 정치권이 이 문제의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 이 문제를 포퓰리스트들의 손에 넘겨서는 안 된다. 이는 아일랜드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될 것이다. 아일랜드의 유권자들은 바로 이것을 필요로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