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목불인견의 참상이었다

제5보(59~80)



흑59로 젖혀이은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백이 62로 이으면 흑은 다시 한 수 들여서 좌상귀를 살리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창호는 1분을 생각하고서 흑63으로 뛰어 나왔다. 10분짜리 속기바둑에서 1분을 생각한다는 것은 2시간짜리 본격 바둑에서는 12분을 생각한 것과 똑같다. 이창호는 백이 좌상귀의 흑을 잡으러 오지 못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강동윤은 조금 기분이 상했다. 그가 원래 상상했던 진행은 참고도1의 흑1과 백2였다. 이 진행이라면 여전히 백이 유망한 바둑이다. 그런데 이창호가 역으로 내가 갈 자리를 먼저 점령한 것이다. 응징을 하는 의미에서 즉시 백64에 젖혔는데 이 순간 강동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착점을 이창호가 두었다. 흑65로 휙 날아오른 이 수. 검토실에서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흑65는 일석이조의 명점이었다. 흑69의 자리에 끊는 수와 중앙쪽 백 전체를 공격하는 수를 맞보기로 한 흑65. "오늘 이창호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군요."(윤현석) "아까 패망선을 계속 길 때만 해도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는데 지금은 회복된 모양이에요."(안조영) 백66으로 중앙을 돌보자 이창호는 가차없이 흑69로 끊어버렸다. 당황한 강동윤에게서 결정적인 실착이 나왔다. 백70이 그것. 이 수로는 참고도2의 백1에 단수치는 것이 최선이었다. 계속해서 백3 이하 7로 귀를 잡아두는 것이 백의 갈길이었다. 실전은 목불인견의 참상이었다. 귀의 흑이 모두 살아갔을 뿐만 아니라 통쾌한 회돌이가 흑의 권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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