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수신료 인상과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을 위한 KBS의 노력이 눈물겹다. 최근 주공 임대아파트 30만가구에 공시청 설비 개ㆍ보수를 약속한 지 닷새만에 경기 북부지역 무선국 허가도 취득하며 이 지역 난시청 문제를 해결했다. KBS 홈페이지를 통해선 공동주택 시청설비 구축 신청도 아파트들로부터 받고 있다. 접수 첫 날에만 30개 아파트 단지가 신청했고 개시 10일 만에 무려 360건이 넘는 접수가 들어올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다. 심지어 드라마 팬사인회 현장에서까지 사인카드 뒷면에 수신료 캠페인 문구를 삽입하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전사적 노력’이란 말은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이다. KBS의 최근 노력을 폄훼할 뜻은 추호도 없다. 지난 수십년간 난시청 해결을 케이블TV 사업자에게 사실상 떠넘기며 문제를 방치했기에 더욱 그렇다. 이제라도 수신개선 노력에 나섰다는 점은 분명 평가받을 부분이다. 열흘 만에 공시청 설비 구축 게시판에 전국 각지에서 신청한 안테나 설치 요청은 그간 KBS가 이 문제를 얼마나 방치했는가를 피부로 느끼게 해 준다. 서울 강남부터 시골 군단위 아파트까지 신청 가구 면면도 다양하다. 전국 주요 산 정상에 설치된 높은 송신탑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는 걸 시청자들이 입증해 준 셈이다. KBS가 쏜 전파로 방송을 받아본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한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난시청만 해소했다고 공영방송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정연주 사장의 수신료 인상 계획 발표 후 난시청 해소를 위한 노력 이외에 광고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공익적인 콘텐츠는 어떻게 제작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사실상 전무하다. 난시청 해결부터 공영방송에 걸맞은 프로그램, 긴급재난방송, 상업성에 길들여지지 않은 콘텐츠 등은 공영방송에서 시청자들이 당연히 요구해야 하는 것들이다. 앞으로 어떻게 이런 수많은 과제들을 해결할 것인지를 차근차근 제시하는 게 수신료 인상을 앞둔 KBS가 취해야 할 자세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지금의 난시청 해소 노력은 수신료 인상만을 위한 생색내기에 불과할 것이다. 공영방송의 가치는 안테나에만 있는 게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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