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28일] 청와대 섬기는 대변인

지난 일요일(26일) 저녁 늦게 전화를 받았다. 월요일(27일)자로 쓴 ‘정부가 3,000억원 특허펀드 설립을 지원한다’는 기사가 엠바고를 어겼다는 것이다. 엠바고는 정보제공자와 기자들이 맺은 신사협정이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지식경제부 보도계획도 살펴보고 여러 기자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그런 엠바고는 모른다”는 얘기만 들었다. ‘엠바고를 깼다’고 주장한 지경부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 “기자가 모르는 엠바고가 어디 있냐”고 말하자 다른 얘기가 나왔다. 요지는 “금융위원회 출입기자가 지경부 기사를 써도 되느냐, 출입처는 왜 있느냐, 서울경제신문은 질서도 없느냐, 내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통화까지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의 논리라면 국회의원은 자신의 상임위 법안만 제출하고, 공격수는 공격만 하고, 소방관은 자기 근무구역에서 난 불만 꺼야 한다. 김영선 정무위원장이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다 발의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도 “질서를 모르는 짓”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상임위와 관련 없이 모든 법안을 낼 수 있고 기자는 출입처와 상관없이 모든 기사를 쓸 수 있다. 다음 날 확인 결과 지경부 대변인이 말한 엠바고는 특허청이 30일자로 예고한 ‘창의경제 구현을 위한 지식재산 강국 실현 전략’이었다. 배경설명 없는 그 한줄 안에 특허펀드가 숨어 있던 것을 기자들은 몰랐던 것이다. 결국 일요일 야심한 시간에 지경부 대변인이 목소리를 높였던 이유는 하나였다. 그는 “청와대 행사를 그렇게 맘대로 쓰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전화를 끊을 테니 잘 생각해보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대통령보다 국민이 먼저 알면 안 된다’는 것이다. 휴일 밤늦게까지 기자에게 전화해 “질서를 문란하게 한다”고 훈계하고 특허청장 등 산하단체장을 동원해 국민보다 대통령을 더 섬기려는 그의 노력을 청와대가 알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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