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공적자금운영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강행할 계획이다. 공적자금은 원금과 회수후 재활용 금액이 156조원, 여기에 이자부담금을 포함하면 180조원이 넘고, 이중 69억원은 회수 불능이라는 것이 정부의 발표였다. 국민 1인당 부담액이 400만원에 달한다는 공적자금의 운용실태와 회수문제를 국회가 따지겠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2000년 정기국회 때도 공적자금 국정조사가 있었다 그때도 한나라당의 요청으로 국정조사를 시작했으나 증인신문 방법이라는 지엽적인 문제로 입씨름을 벌이다 흐지부지 됐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40조원의 2차 공적자금 조성동의안을 처리해주면 응하겠다고 했고, 한나라당이 이에 응하자 국정조사에 들어갔다. 그러자 이번엔 증인신문 방법을 놓고 시비가 붙었다. 한나라당이 증인 대질신문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개별신문을 주장했다. 대질신문 대상자가 전ㆍ현직 재경부장관이라는 점이 문제의 초점이었다. 두 당은 이문제로 티격태격하다가 끝내 조사를 무산시켰다.
이번에도 공적자금 국정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이 적극적인 반면, 민주당은 소극적이다. 민주당은 당초 공적자금의 차환발행 동의안의 처리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공적자금의 국채전환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한나라당도 올해 만기분에 대해서는 일단 동의키로 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공적자금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두 당의 자세에 있다. 한나라당은 공적자금의 부실운영 만큼 이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킬 수 있는 호재가 없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듯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문제를 덮기 위해선 공자금 국정조사가 안성맞춤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차환발행 동의문제가 해소된 상태에서 민주당은 과거처럼 증인선정이나 증인신문 방법을 놓고 이의를 제기하거나 이회창 후보의 아들병역비리혐의 국정조사를 역제의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결국 한나라당 단독 국정조사로 가게 될 전망이다.
그 동안 감사원에서 공적자금 감사결과가 나온데 이어, 검찰의 조사결과, 재경부의 백서 등도 나왔다. 정당들도 기초적인 조사자료는 갖추어져 있을 것이므로 성의를 갖고 국정조사를 펼친다면 공자금의 난맥을 정리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조사기간을 60일 정도로 잡고 있다니 기간도 넉넉해 보인다.
그러나 공적자금 국정조사는 정략으로 이용돼선 아무런 성과를 거둘 수 없는데,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여야합의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자료축적이나 제대로 한 뒤 다음정부에 가서 보다 차분하고 책임 있게 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