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준비 안된 후강퉁


후강퉁이 첫 시행된 지난 17일 국내 증권업계는 중국 증시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며 종일 떠들썩했다. 저성장 저금리와 침체된 국내 주식시장 탓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투자자들에게 후강퉁은 새로운 기회라고 연일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이날 후강퉁을 통해 국내 투자자들이 얼마나 거래를 했는지 파악할 방법은 없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증권사들의 거래내역을 단편적으로 취합해 150억원 안팎일 것이라고 추산할 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국예탁결제원에 물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개인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해외 주식을 매매할 때 관련 예탁결제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예탁원은 매년 분기마다 내국인의 해외 국가별 주식거래 현황을 공표하고 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각 증권사에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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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이랬다. 후강퉁 거래주식도 원칙적으로는 예탁원에 맡기는 것이 맞지만 어쩔 수 없이 개별 증권사에 맡겼다는 것이다. 후강퉁은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매도주문을 내려면 홍콩거래소에 주식이 보관돼 있어야 한다. 또 매도할 주식 전량을 사전에 납부해야 한다.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가 40% 안팎의 위탁증거금만 미리 내면 매도가 가능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번거로운 제도다. 예탁원은 이 같은 이유로 증권사들이 예탁원을 통하지 않고 현지 브로커(증권사)에 직접 주식을 예탁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해줬다. 후강퉁이 해외 주식 거래임에도 예탁원이 전혀 거래내역을 파악하지 못하고 깜깜이가 된 이유다.

정작 속내는 들여다보면 관련 시스템 구축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포기했다는 설명이 더 알맞을 듯하다. 관련 데이터를 종합하는 것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예탁원도 잘 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거래 둘째 날인 18일에도 국내 투자자의 후강퉁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탁원의 직무유기에,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데이터 공개를 꺼리는 증권사의 행태까지 더해져 후강퉁 투자도 깜깜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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