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사분규와 관련, 노조 간부가 자살하거나 분신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노동ㆍ법무ㆍ행정자치 3개 부처장관들이 29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노조활동과 관련된 손배소 및 가압류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보호장치 관련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지만 노동계의 동투(冬鬪) 움직임에 완화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내달 3일 대의원 대회에서 총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하고, 한국노총도 다음달 13일 `전국 동시다발 대국민 선전전`을 계기로 투쟁수위를 높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같은 투쟁기류는 현재 노사정 위원회에 상정된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한 힘겨루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3개 부처장관의 공동기자회견은 자칫하면 역작용만 일으킬 우려도 없지 않다.
지금 한국은 정치ㆍ경제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정치적 혼란과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 불법정치자금과 정경유착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터에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노동계 파업까지 겹칠 경우 나라가 파탄 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노ㆍ사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확실한 로드맵 즉,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노사안정대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우선 민주노총이 즉각 노사정위원회에 합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28일 국제노동기구(ILO)와 노사정위원회 공동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국제워크숍에서 패트리샤 오도노번 ILO 사회적 대화국장이 “상당수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무엇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사용자측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고질적인 불법정치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도 노조와의 공생(共生)은 반드시 필요하다.
노사가 대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재 역할을 하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가 발전모델의 하나로 삼고 있는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 5월 새로 출범한 내각이 적극적으로 노사대화를 이끌어 최근 `사회보장제도의 유지를 조건으로 앞으로 2년간 임금을 동결한다`는 대합의를 이끌어냈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사용자측의 해결노력, 노조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한 데 어우러져 이루어 낸 결실이다. 우리 정부와 노사가 진정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