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코스닥과 엔지니어 CEO

정보기술(IT) 부품업체가 많은 코스닥시장에서도 최고경영자(CEO)의 주류는 상경 계열을 전공한 사람이다. 이는 현재 대학에 진학할 때 이공계를 기피하고 경영학과ㆍ경제학과 등 상경계에만 지원자가 몰려 정원을 늘리는 사례가 빈번한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외국 유수 대학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최신의 시설을 갖춘 곳은 의례 MBA 건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공계 출신의 CEO가 시장에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조사에서도 코스닥 매출 100대 기업 CEO 중 이공계 출신이 40%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이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큰 편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엔지니어 출신 CEO는 제품에 대한 전문지식과 기술이 있어 해당 기업의 신뢰도에 영향을 준다. 또 회사의 주가 수준과 증자 등 자금 조달에 큰 관심을 보이기보다는 제품 개발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 기업과 시장의 순기능에도 한몫한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한 기업을 평가할 때 재무제표를 이용한 정량적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전문 경영인의 노하우와 열정, 그리고 소박한 공장점퍼를 입은 모습 역시 중요한 판단의 잣대가 된다. 이는 기업을 탐방할 때마다 확연히 느껴지는 부문인데 오랜 기간 동안 기계를 만지고 조이면서 손톱이 까맣게 변하고 굳은살이 생긴 분들을 보면 자연스레 그 기업의 분위기와 미래상을 읽을 수 있다. 어려운 제조업 현실을 딛고 기술 개발과 제품 생산에 성공한 사례가 많은 점도 젊은 엔지니어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상장에 따른 부와 명예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역경을 딛고 성공한 선배 엔지니어들의 인생 스토리를 추적한다면 훌륭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탐방 때 만난 CEO 중에서는 지난 금융위기 당시 극한 상황까지 몰렸다가 가족들 생각에 다시 연구소로 발길을 돌린 사례도 있었고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집담보대출을 받았던 경우 역시 허다했다. 현재 이공계 외면 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 전문기술을 보유한 기능 인력이나 이공계 대학생들이 코스닥시장에 진출한다면 시장의 큰 버팀목이자 증시 성장의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올해는 성공한 선배들의 뒤를 이어 큰 꿈을 갖고 코스닥시장에 진출하는 우수 이공계 인력이 늘어나기를 희망해본다. 새해 코스닥시장에서는 주식을 잘 알고 회사를 알리는 데 노력하는 CEO보다는 땀이 배어날 정도로 묵묵히 일하는 엔지니어 전문가가 더욱 부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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