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척추분야 비자·보험등 특화서비스… 방한 환자 급증<br>피부과·성형외과등은 해외지점 통해 환자 유치도
| 해외 환자를 위한 전문 클리닉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의 인터내셔널 클리닉 원장인 라이먼드 로이어(왼쪽ㆍ한의사) 원장이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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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작가 야마다 야스히코(36)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의 목 통증 치료를 위해 한국의 한 한방전문병원을 찾았다. 2006년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목에 통증을 느껴 일본 내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시도해 봤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고민하던 중 인터넷을 통해 ‘용하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할줄 아는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고 3개월간 추나요법(비뚤어진 뼈를 밀고 당겨서 바르게 하는 치료법), 한약치료 등을 수 차례 받자 통증이 개선돼 지금은 글 쓰는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추가적으로 필요한 약은 택배로 받았다.
한방ㆍ척추 전문병원 등 국내 전문병원들이 운영하는 ‘해외 환자 클리닉’을 찾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대규모 네트워크를 가진 피부과ㆍ성형외과ㆍ치과 등도 해외지점을 늘리며 적극적인 글로벌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편 외국인 환자의 국내 유치에 정성을 쏟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들 간의 해외 환자 유치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화된 서비스로 ‘입국부터 출국까지 편안하게’= 자생한방병원이 지난 2006년 개설한 인터내셔널 클리닉을 찾은 외국인(국내거주자 포함) 초진환자는 그해 185명에서 지난해 389명으로 110% 증가했다.
‘서양인 1호 한의사’로 영어ㆍ독일어가 가능한 라이먼드 로이어 원장과 일본어ㆍ중국어가 가능한 전담 의료진을 배치하고 국제진료지원팀을 별도 개설, 영어ㆍ일어권 외국인 전담 코디네이터가 입국에서 귀국까지 도와준 덕분이다.
지난해 이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의 국적이 일본(29%), 미국(24%), 독일(13%) 순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병원 측은 한약에 생소한 외국인들을 위해 외국어로 된 약 복용설명서를 제공하고, 본국에 돌아가서도 약을 복용할 수 있게 택배 서비스도 한다.
2005년 국제환자센터를 만든 우리들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도 2004년 285명, 2005년 477명, 2006년 557명에서 지난해 751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병원 측은 국제환자센터의 병상수를 늘리고 외국인 환자를 위한 e메일ㆍ전화상담, 비자발급ㆍ통역ㆍ공항 마중ㆍ보험업무 처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어ㆍ중국어ㆍ일본어 등 다국어 홈페이지와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병원을 알리는 한편 외국 보험회사들과 계약을 체결해 해외 환자들의 편의도 돕고 있다. 또 본원인 김포국제공항 내 서울우리들병원 별관건물을 리모델링해 국제병원으로 만들어 적극적인 해외환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해외지점 통해 국내 병원ㆍ의사 인지도 상승= 피부과ㆍ성형외과ㆍ치과 등 대형 네트워크 병원들도 해외지점 설립을 통한 인지도 상승으로 해외 환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최대 성형외과인 BK동양성형외과는 중국 상하이ㆍ북경에 3개 지점을 설립하고 적극적인 현지 홍보활동을 벌인 덕에 국내 병원에서의 중국인 수술건수가 월 30~40건으로 3년 전보다 3배 정도 늘었다.
김병건 원장은 중국 지점을 오가며 많은 환자를 수술해 인지도가 높아, 홍성범 원장은 중국 인기 TV 프로그램 출연으로 유명세를 떨쳐 지난해 아시아ㆍ태평양 슈퍼모델선발대회 중국 본선 심사위원에 위촉되기도 했다. 두 원장을 지정해 수술받고 싶어 한국을 찾은 중국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상하이지점인 루이리 미용성형병원도 2006년 하반기부터 흑자를 기록, 중국 진출에 성공한 한국 병원의 좋은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중국 내 2개 지점이 있는 아름다운나라 피부과ㆍ성형외과도 지난해 1,000여 명의 외국 환자가 병원을 찾아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관광 목적 외에 진료만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들도 많다고 한다.
국내최대 피부과 네트워크인 고운세상피부과는 오는 4월 미국 비버리힐즈에 해외 1호점을 개설한다.
안건영 대표원장은 “미국 미용의료시장의 핵심지역인 비버리힐즈를 시작으로 내년 초 라스베가스 지역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며 “5년 안에 미국에 진출한 한국의 최고 피부미용기업으로 성장, 나스닥에 상장하는 국내 첫 의료기관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중국ㆍ베트남 등에 8곳의 직영ㆍ프랜차이즈 지점을 두고 있으며 ‘의료기관 해외진출의 원조’로 통하는 예네트워크는 오는 5월 일본 오사카나 도쿄에 ‘예치과’ 1호점 개설을 시작으로 오는 2010년까지 해외에 100여 개의 직영ㆍ네트워크 병원을 운영할 계획이다.
상하이에 직영으로 운영 중인 예메디칼센터는 치과를 비롯해 성형외과ㆍ내과ㆍ소아과ㆍ부인과ㆍ스킨케어 등이 입점했고 ‘항노화’를 주요 컨셉트로 한 다양한 진료 프로그램 제공, 현지 헤어숍ㆍ스파와의 제휴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외회 이상준 부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향후 의료시장 개방이 불가피해진 만큼 의료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며 “병원들은 선진 장비와 시술 도입, 외국인 현지예약 시스템 구축 등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서비스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