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넷은 어떤 악기와 함께 연주해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반한 클라리넷의 매력을 대중도 느끼게 하고 싶다면 너무 큰 꿈일까요?" 최근 클래식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14)의 '꽤 거창한' 소망이다. 어린 나이에 클라리네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 김한은 "사람들이 클라리넷이 어떤 악기냐고 물어볼 때는 속상하기도 했지만 그런 일을 자주 겪으면서 반드시 클라리넷을 대중화시키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고 당차게 말한다. 김한은 17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공연에서 '슈만의 로망스'라는 주제로 무대에 오른다. 주로 대학생들이 출연해온 이 공연에 10대가 참가하는 것은 김한이 처음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금호 영재'로 뽑혀 지난 2007년 말 데뷔한 김한은 이듬해 일본 국제 클라리넷 페스티벌에 최연소 솔로이스트로 초청돼 '12세 천재소년 김한 리사이틀'이라는 부제로 독주회를 가졌다. 지난해 5월 32세 이하 전문 연주자를 대상으로 열린 제2회 베이징국제음악콩쿠르에서는 심사위원 특별상인 '최고 유망주상'을 받으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클라리넷은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처럼 독주가 어려울 뿐 아니라 전문가의 레슨을 받기도 쉽지 않아 클래식계에서는 불모지나 마찬가지다. 그가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는 클라리넷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김한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리코더에 재미를 붙이자 큰아버지가 클라리넷을 해보라고 제안하셨다"고 말했다. 김한의 큰아버지는 통영국제음악제 이사인 김승근 서울대 음대 국악과 교수다. 초등학교 2학년이 리코더보다 2배나 큰 클라리넷을 처음부터 익숙하게 다루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한 달여간 끈질기게 클라리넷에 매달린 결과 맑은 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초등 3학년에 올라갈 무렵부터 클라리넷과 정말 친해진 것 같아요. 클라리넷은 내가 원하는 어떤 소리도 마음껏 낼 수 있고 클라리넷의 맑고 순수한 소리를 들으면 연주하는 나 자신도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김한은 "이번 공연에서 선배들의 바이올린이나 피아노ㆍ첼로 연주와 자신의 클라리넷이 자연스럽게 동화되면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줄 것으로 자신한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라리넷의 매력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