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머리카락 굵기보다 약 625배나 더 작은 160나노미터 크기의 물체를 볼 수 있는 나노 광학 렌즈를 개발했다.
최춘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그래핀소자창의연구센터장 연구팀은 지난달 28일 백금으로 코팅된 카본나노 튜브 숲으로 만든 나노렌즈를 활용, 가시광선 중 초록색 파장(532 나노미터)의 빛을 통하면 160나노미터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2개의 막대 모양이 뚜렷이 보인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화학회가 출판하는 세계적 국제학술지 '나노스케일(Nanoscale)'에 게재했다고 18일 밝혔다.
기존 광학 현미경은 배율을 아무리 높여도 빛이 가지는 한계 때문에 200나노미터(머리카락 굵기의 약 500배) 이하 크기의 물체를 볼 수가 없었다. 또 전자현미경이나 엑스레이를 사용할 경우엔 시료를 자르거나 코팅을 해야 해서 시료 변형·파괴로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시료에 별도의 처리를 하지 않고도 160나노미터 크기의 물체를 볼 수 있게 되는 길이 열렸다. 이는 앞으로 나노 연구에 크게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에 개발된 기술로 맨눈으로 분자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나노현미경 제작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다만 본격적인 상용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실험을 통한 막대 모양 패턴 이외의 다양한 물체까지 뚜렷이 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센터장은 "나노미터 크기를 관찰할 수 있는 이미징 렌즈 기술을 통해 앞으로 막대 모양 패턴 관찰 수준을 뛰어넘어 가로와 세로방향의 문자, 더 나아가 3차원 분자구조 등을 차례로 볼 수 있는 기술 수준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나노렌즈 개발에 계속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