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용평가조정 반갑긴하나

긍정적 신용관찰 상태는 앞으로 3개월내에 국가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는 실사 대상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실사한다고 반드시 상향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례를 볼때 내년 2월중에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BAA3 이상의 투자적격 상태로 높아질 것은 확실해 보인다.특히 무디스는 국제신용평가기관중 한국에 대해 가장 부정적 시각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이번 평가는 더욱 뜻깊다. 이미 영국의 피치_IBCA가 다음달에 투자적격으로 한단계 상향조정하기로 했으며 S&P도 내년 1·4분기중에 상향 재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에 투자부적격 상태인 BA1으로 전락했던 국가신용등급이 1년여만에 투자적격으로 회복되게 되는 의미는 매우 크다. 투자부적격이란 족쇄가 풀려 외국인투자유치와 해외차입이 훨씬 쉬워지고 차입 가산금리가 떨어져 외채이자부담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해외자금이 쉽게 들어오면 금리와 환율이 안정돼 경제회복여건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것으로 경제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겨우 외환위기의 고비는 넘기고 국제통화기금(IMF)체제 탈출 여건이 마련되었을 뿐이다.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가도 현재 유력시되고 있는 BAA3 등급은 투자적격등급중 가장 낮은 단계이며 외환위기 이전 등급보다는 4단계나 낮다.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무디스가 신용등급 전망을 높인 데는 올해 짜여진 구조조정의 밑그름이 훌륭하고 거시경제지표들이 최근 호전을 보이고 있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내년에도 이들 거시경제요인 및 구조조정 노력이 호조를 보일 지는 장담할 수 없다. 대량 실업 등 대기업 구조조정의 충격은 내년에 큰 부담이 될 것이고 금융기관들의 금융시스템 회복도 과제로 남아있다. BAA3 정도의 등급을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겠지만 외환위기 이전의 높은 신용등급을 회복하려면 훨씬 치밀하고 효율적인 경제운영을 해야할 것이다. 외자유치와 해외차입이 쉬어진다고 안심할 것은 못된다. 우선 환율하락은 벌써부터 수출전선에 경계경보를 울리고 있다. 원화의 지나친 강세를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 투자적격등급이 되면 한국증시는 국제투기자본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단기 유동성자금의 한탕주의와 국부의 유출을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해외차입이 한결 쉬워지더라도 엄격한 부채비율적용으로 외환위기이전과 같은 무분별한 차입행태는 줄어들겠지만 단기외채의 증가는 억제해야 한다. 신용등급 상향전망에 따라 위기의식이 풀리는 조짐은 특히 경계해야 한다. 경제회복이 본격화될지 여부는 내년도 경제운영과 정신자세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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