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물은 경쟁력이다] 5. 바닷물을 끌어쓴다-중동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가장 유명한 오아시스는 '알 아인(Al'Ayn)'이다. 알 아인은 아랍어로 오아시스라는 뜻. 이 지역은 아랍에미리트 왕족들이 대대로 거주하던 곳으로 수도 아부다비에서 동쪽으로 100km 떨어져 있다. 수백년 동안 마르지 않는 샘물 덕에 사시사철 푸른 나무로 덮여있다.이 곳은 오랜세월 아랍에미리트인들에게 유토피아였다. 그러나 최근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알 아인 보다 더 유명한 곳이 생겨났다. '알따윌라(Al Taweelah)'와 '움알나르(Umm Al Nar)'다. 이 도시들이 관심을 끄는 것은 영원히 마르지 않을 '샘물'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바다물을 민물로 만드는 거대한 담수화 플랜트가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의 교통 및 상업 중심지인 두바이(Dubai)에서 차를 타고 수도인 아부다비를 향해 남서쪽으로 한시간여 가면 알따윌라시에 도착한다. 바다를 마주하고 거대한 성벽처럼 우뚝 솟아있는 담수화 시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설비는 최근 시험운전을 끝내고 50Km 정도 떨어진 수도인 아부다비에 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달말 완공되면 하루에 50만명이 쓸 수 있는 담수를 생산하게 된다. 알따윌라에서 다시 해안 도로를 따라 30여분 더 가면 움알나르에 닿는다. 이곳에는 지난 7월 담수플랜트 공사가 시작됐다. 내년 7월 설비가 완료되면 20Km 떨어져 있는 아부다비에 하루 62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담수를 제공하게 된다. 이 플랜트들은 앞으로 아부다비 시민들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젖줄로서 신이 준 오아시스 보다 더 고마운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바닷물에서 오아시스를 퍼 올린다 물이 황금만큼 귀한 중동지역에서 바닷물을 식수ㆍ농업용수 등으로 만드는 담수 플랜트는 유전만큼이나 소중하다. 두산중공업이 수주를 따내 지난 98년 준공이 시작된 알따윌라 플랜트는 오는 8월말 완공 예정이지만 이미 시운전은 끝나 민물이 일부 생산되고 있다. 공사가 완전히 끝나면 50 MIGD(하루 약 23만톤) 이상의 담수를 아부다비 등지로 공급할 예정이다. 움알나르 담수화 설비도 지난 7월 공사를 시작해 내년 여름이면 완공된다. 7개 지역 연합체로 구성된 인구 250만의 아랍에미리트는 현재 이 같은 담수화설비를 10여개 이상 갖추고 있다. 여기서 만드는 물로 나무가 우거진 공원과 야자수가 서 있는 해변 거리를 만들었다. 천연 지하수 한 방울 찾기 힘든 아부다비 시를 야자수와 대추나무로 가득 채울 수 있었던 것도 담수설비 덕이다. 아랍에미리트 현지에서 담수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정태헌 두산중공업 상무는 "원래는 100Km 이상 떨어진 미르파 지역에 담수플랜트를 세울 예정이었지만 파이프 설비를 생산하는 외국회사가 일년 안에는 도저히 파이프 설치를 못한다고 해 부랴부랴 아부다비 근교인 움알나르로 플랜트를 옮겼다"며 "내년에는 아부다비의 여름이 조금 더 시원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 담수설비 계속 늘린다 아랍에미리트는 최근 북쪽에 위치한 후자이라에 전 세계 최대 규모인 100 MIGD 급 담수화설비를 건설할 계획이다. 하루 10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주변 국가들도 담수화 설비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60년대 초반 중동지역에 담수화설비 제작 붐이 일었다. 그 덕택에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바레인 등 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이 담수화설비를 갖추고 사막 한가운데서도 풍요롭게 식수를 쓸 수 있게 됐다. 바닷물을 끌어다 고열로 증류시켜 얻어낸 담수는 식수는 물론 농업ㆍ공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중동지역에서는 사용하는 물은 대부분 다단증발방식(MSF)의 담수화 설비를 통해 생산된다. 다단증발법은 해수를 가열해 수증기를 만들고 이 수증기를 다시 응축시켜 담수를 얻는 방식.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국가들은 담수설비를 더욱 늘려가는 덕에 담수설비로 생산한 물은 매년 24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인 240 MIGD(110만톤) 가량 늘고 있다. 2003년에는 연평균 380 MIGD(175만톤)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만 해도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담수플랜트가 15개가 넘는다. ◆ 물은 공짜가 아니다 아랍인들은 '물은 알라신이 내려준 것'이라며 물값을 제대로 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개인이 물값을 내지 않더라도 국가차원에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공짜는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수요자에게 돈을 직접 받지 않고 전력회사를 통해 간접 결제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터빈을 돌리고 난 폐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담수화 설비는 발전소와 맞붙어 있고 전력회사와 이런 밀접한 연관성 때문에 정부는 플랜트건설과정에 전력회사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유전개발로 거머쥔 거대한 부를 수억 달러의 비용이 드는 담수화 플랜트 건설에 쏟아 붓고 있다. 중동지역의 담수화설비에 대한 시장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한국,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등 각국이 바닷물을 통해 오일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중동지역의 담수시장 규모는 2조 1,200억원. 3년 안에 2조 5,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이 같은 경쟁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홍병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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