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야기가 있는 미술] 무의미한 그림문자… 소통을 꿈꾸다

현대미술가 박미나 'BCGKMRY' 展<br>영감에 심취해 그림 그리는 낭만·고전적인 미술 거부<br>의미없는 문자조합 이미지등 스스로 만든 규칙따라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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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SectionName(); 무의미한 그림문자… 소통을 꿈꾸다 [이야기가 있는 미술] 현대미술가 박미나 'BCGKMRY' 展영감에 심취해 그림 그리는 낭만·고전적인 미술 거부의미없는 문자조합 이미지등 스스로 만든 규칙따라 작업 조상인기자 ccsi@sed.co.kr 'BK0'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5PIUUVYQ'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19988888' ImageView('','GisaImgNum_3','default','260');

보통의 사람들은 그림을 마주하면 "무엇을 그린걸까"에 우선 관심을 갖는다. 그런 다음 "왜 작가는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하는 식으로 상상을 발전시키곤 한다. 하지만 현대미술가 박미나는 '무엇을' '왜' 그렸는지 보다 '어떻게' 그렸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최상위 예술학교인 미국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을 졸업한 그는 '그림의 본질'에 대해 따져 물었다. 그리하여 작가 스스로 '그림의 규칙'을 만들었고, 그 논리와 룰에 따라서만 작업을 진행한다. 영감에 심취해 그림을 그리는 낭만적이고 고전적인 미술을 '고의적으로' 거부한다. 어쩌면 꽉 짜인 틀에서 쳇바퀴 도는 도시인을 비웃듯, 작가 스스로를 작업에 던진 것인지도 모른다. ◇불통(不通)에 대한 소통(疏通)=박미나의 작품을, 보고 웃을 만큼 제대로 즐기려면 일단 그녀의 그림암호에 해당하는 '딩뱃폰트(Dingbat Font)'를 알아야 한다. '딩뱃'이란 컴퓨터 자판에서 알파벳이나 한글자음을 치면 이에 해당하는 이미지가 뜨는 일종의 그림문자이다. 가령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전시중인 작품 '19988888'은 1,9,8을 입력했을 때 나오는 이미지들을 그린 것이다. 숫자 8에 해당하는 다람쥐 5마리가 색을 달리해 등장한다. 즉 키보드를 무심코 '드르륵' 쳐서 나오는 의미없는 문자조합으로도 대응하는 이미지를 모아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작품 제목은 읽기도 어려울 뿐더러 별 뜻도 없다. 이 같은 의사소통의 난감함이 오히려 '소통'에 대한 갈구를 보여준다. 전화나 문자메시지, 채팅으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지만 어쩌면 '불통'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상관없는 이미지를 겹쳐서 그리는 작가는 프랑스 화가 프란시스 피카비아(1879~1953)가 대표적이고 초현실주의 화파에서도 등장했다. 하지만 뜻 모를 제목에 짓궂은 의미도 숨어있다. 작품 'Tlqkfsha'은 각 알파벳에 해당하는 늘씬한 미녀, 열쇠구멍 등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하지만 제목을 한글로 변환하면 '심한 욕설'이 된다. 꼬이고 비틀린 해석방식은 작가의 계산된 의도이자 풍자다. ◇현대인은 컬렉션 아닌 셀렉션=박미나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색'이다. 그는 산업화가 예술과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색'으로 보여준다. "이론상으로 색채는 규격화되지 않는데 현실에서는 표준화 된 물감 튜브에 담긴 규격입니다. 작가의 상상력도 표준화 된 색채 시스템의 범위 안에서 움직이죠. 수공시대의 '단 하나의 무엇'과 달리 현대인의 정체성은 어떤 것을 골라서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정체성을 만듭니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비누 향을 풍기며 어떤 쌀로 지은 밥을 먹고 어디로 가는지로 결정되니까요. 결국 나의 개인 취향은 배제하고, 주어진 물감(도구) 속에서 선택과 조합을 통해 내 창조적인 행위를 보여줍니다." 이번 전시제목은 'BCGKMRY'. 빛의 3원색인 RGB(빨강ㆍ녹색ㆍ파랑)와 인쇄 기본색상인 CMYK(시안ㆍ마젠타ㆍ노랑ㆍ검정)를 알파벳 순으로 배열한 이름. 색에 대한 전시라는 얘기를 이렇게 복잡하게(?) 표현했다. 처음 시도한 'BK회화'는 4가지 원색 물감으로 11가지의 동그라미를 반복해 덧칠한 '검정그림'이다. 색을 겹쳤으니 다같이 검정으로 결과가 나올 것 같지만 물감 제조사 별로 색이 서로 다르다. 말로는 다 못할 얘기가 그림 한 폭에 다 담겼다. (02)735-8449 [이야기가 있는 미술] 기획·연재기사 전체보기 [이런일도… 부동산시장 뒤집어보기] 전체보기│ [실전재테크 지상상담 Q&A] 전체보기 [궁금하세요? 부동산·재개발 Q&A] 전체보기│ [알쏭달쏭 재개발투자 Q&A] 전체보기 [증시 대박? 곽중보의 기술적 분석] 전체보기│ [전문가의 조언, 생생 재테크] 전체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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