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사람들 행동에 숨겨진 진화 코드의 비밀

■발칙한 진화론 (로빈 던바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로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세계 도처에 수만명의 친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의 홈 페이지에 '등록'하는 친구에 대해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고, 믿고, 감정적으로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 수는 최대 150명이다. 즉, 우리의 뇌가 인지하고 감정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수를'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고 한다. '던바의 수'를 만든 주인공이자 영국의 유명한 진화생물학자인 로빈 던바 옥스퍼드대 진화인류학과 교수가 인간의 행동을 진화인류학으로 설명하는 책을 펴냈다. '왜 여자들은 수다 떨기를 좋아할까?','왜 남자들은 바람을 피울까?' 등 일상 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인간 행동에 관한 의문부터 자신의 이상형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이나 인간의 근원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까지 진화론을 통해 풀어낸다. 저자는 우리의 뇌가 환경에 맞춰 우리 행동을 정교하게 조정해 진화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진화는 '유기체가 자손들에게 자기 유전자를 물려주는 빈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그 근거 중의 하나로 오바마가 선거에 이길 수 밖에 없던 이유는 상대 후보자보다 키가 컸고 얼굴이 더 대칭을 이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질병과 사고, 굶주림 등 인생의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균형 잡힌 신체를 발달시킨 유전자는 자신이 뛰어난 유전자임을 입증하는 셈이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또 남성이 아무리 열심히 거짓말을 해도 그것이 거짓임을 귀신 같이 잡아내는 여자들이 있는데 이런 신기한 능력은 빨간색에 민감한 여성의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여자들이 남자들의 거짓말에 도통 속지 않는 것은 남자들의 얼굴에 은연중 드러나는 색의 변화를 남자들보다 훨씬 예민하게 감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신체는 이처럼 여러 가지 대안을 비교하고 다양한 행동의 숨은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발달해왔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이 기대하는 것만큼 적응력이 뛰어나거나 전능하지는 않다고 지적한다. 세상은 과거와 비교해 생활방식이나 환경 면에서 완전히 달라졌지만 우리는 현 시대에 아직 잘 적응하지 못하고 원시 시대처럼 행동하는 것도 많다고 말한다. 이성이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책은 이처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의 행동을 진화론으로 설명하는 동시에 그 한계까지 설명한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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