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역경을 반대로 하면 경력이 된다


박승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육상선수, 패션모델, 영화배우로 맹활약 중인 에이미 멀린스. 그녀에게는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 두 다리가 없다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종아리뼈 없이 태어난 그녀에게 의사는 앞으로 절대 걸을 수 없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지 못할 것이라는 선고를 내린다.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거나 다리를 절단하고 의족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녀의 부모는 힘겹게라도 걸을 수 있도록 말도 떼기 전인 1살에 그녀의 두 다리를 절단하기로 결정한다. 이것은 그녀 인생에 큰 역경이었다.


하지만 절망적인 삶 속에서도 그녀는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열두 살 때부터 의족을 착용한 채 신문 배달을 했으며, 운동선수가 되겠다는 열망을 갖고 두 의족으로 걷고 뛰었다. 그녀의 지독한 노력은 1996년에 드디어 빛을 발한다. 미국 국가대표 선수로 애틀랜타 패럴림픽 육상 종목에서 세계신기록을 이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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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녀는 패션브랜드 ‘지방시’의 수석 디자이너인 알렉산더 맥퀸의 패션쇼 모델이 되었고, 피플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흔히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동정의 눈빛을 보낸다.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다면 숨기기 급급한 경우도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세계은행이 밝혔듯이 전 세계 인구의 15%인 10억 명이 장애인임에도 여전히 장애인은 외부인이고 관심 밖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장애를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로 인식한다면 우리나라에도 에이미 멀린스처럼 역경을 이기고 당당한 삶을 사는 장애인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역경’을 거꾸로 하면 ‘경력’이 된다. 9월 15일부터 18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는 역경을 이겨내고 경력을 만들려는 장애인의 무대, ‘제32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가 펼쳐진다. 장애인들의 기능 향상과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년 열리는 행사다. 이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꿈을 위해 도전하는 한국의 에이미 멀린스를 여럿 만날 것이다.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전국의 선수들이 일 년 동안 연마한 기능을 선보인다. 문득 그녀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역경이나 장애를 극복한 것이 아닌 잠재력을 끌어낸 것입니다. 결함으로 여겨지는 것들을 숨기지 말고 그 안에 감춰진 기회를 찾는 데 노력하세요.”

아름다운 도전을 통해 장애 속에 감춰진 잠재력을 발휘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선수들을 위해 박수를 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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