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동영-김정일 무슨 얘기 나눴나>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17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핵문제와 북미관계, 남북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이번 면담에서 나온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한 최고지도부의 의지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를 이끌어갈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핵문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핵문제에 대해 그동안의 입장을 재차 피력했지만 여건이 성숙되면 7월에 6자회담에 참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대해 고(故)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점을강조하면서 핵무기를 가질 의사가 없지만 미국의 위협 때문에 자위적 차원에서 핵보유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거부한 적이 없다면서 미국이 북한을 협상 상대로 인정해 존중한다는 것이 확고하다면 7월에라도 회담에 복귀하겠다고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핵문제가 해결되면 NPT(핵무기비확산조약)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고 동시에 IAEA(국제원자력기구) 등 국제적 사찰을 모두 수용해 철저한 검증을 받을용의가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김 위원장은 "와서 봐라. 하나도 남길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을 공개해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정 장관은 전했다. 정 장관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6자회담에 견인해 내는데 주력했다. 정 장관은 체제안전보장과 관련, 북미 양자간 보장방안보다 우크라이나식 모델인 6자회담 내에서의 다자안전보장방안에 대해 설득했고 김 위원장도 이해를 표시하고 신중한 검토를 언급했다. 또 정 장관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실질적으로 타결하기 위해 남한 정부가 '중대한 제안'을 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그 내용을 설명하자 김 위원장은 신중한 연구 후답을 주겠다고 말했다. ◇북미관계= 김 위원장은 일단 지난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장관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거론하면서김 위원장을 '미스터'로 경칭해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최고지도자간의 상호인정과 존경이 협상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도 평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부시 대통령을 나쁘게 생각할 근거가 없다는 점을 밝히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내각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대화를 권한 것을 상기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미국 클린턴 정부부터 우호적으로 대하려고 해왔고 협상상대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김 위원장과 정 장관은 6ㆍ15 5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간 화해분위기를 교류를 통해 이어간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우선 남측은 서울에서 열리는 8ㆍ15행사에 북측 정부대표단 파견을 요청했고 이를 계기로 이산상봉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8ㆍ15대표단의 파견에 동의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림동옥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에게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이산상봉을 보다 손쉽고 편리하게 하기 위한 화상상봉 방식도 제기했고 평소 신기술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진 김 위원장은 흔쾌히 수용했다. 김 위원장은 "매우 흥미있고 흥분되는 제안일 뿐 아니라 정보화 시대에 충분히 가능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줬다"며 "함께 준비해 이번 8.15에 첫 화상상봉을 추진해보자"고 말했다. 장관급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정 장관은 지루한 말싸움으로 일관하는 회담이 아닌 생산적인 회담 문화를 제기했고 장성급회담의 재개와 어업협력을 위한 수산회담개최를 요구하자 김 위원장은 흔쾌히 동의를 표시했다. 이와 함께 이번 행사 참석을 위해 서울에서 서해상으로 나갔다가 다시 평양으로 들어가는 'ㄷ'자 항공로를 이용했던 정 장관은 직선항로의 이용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협의를 통한 실천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서울 답방 문제에 대해서는 '적절한 때가 되면 이뤄질 것'이라는 표현으로 즉답을 피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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