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만에 코스닥시장이 세계 제2위의 신흥시장으로 도약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것이 아니다. 우리가 IMF 환란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는데 코스닥이 일조를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기업의 회계부정, 주가조작, 벤처비리 등 코스닥에는 어두운 그늘도 있었다. 급기야 지난해 10월에는 코스닥지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닥시장이 영욕으로 교차했지만 코스닥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코스닥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고 또 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코스닥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본다.
첫째 코스닥 기업들의 M&A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M&A는 인력과 자원의 효율적인 배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증대 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M&A가 기업경영권 확보 후 보유현금 빼돌리기, 우회등록과 같은 머니 게임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
M&A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세제지원 외에 몇 가지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주식매수청구권은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훌륭한 장치이지만 오히려 M&A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의 경영자, 주주 등도 M&A가 경쟁력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일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승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둘째 벤처 산업의 육성을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02년은 우리 국민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 한 해였다. 수백만의 길거리 응원으로 상징되는 월드컵, 디지털 선거로 요약되는 대통령선거 등 그 예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와 같은 역동성의 이면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있었고, 눈부신 기술의 발전에는 컴퓨터, 인터넷, 이동통신 등으로 대표되는 벤처 산업의 공헌이 가장 컸다고 해야 할 것이다.
벤처산업의 중요성은 벤처산업 혹은 개별기업 자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성공한 벤처에 투자한 모험자본이 투자자본을 회수하여 다시 건실한 벤처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을 갖춘 건실한 벤처기업만이 시장에서 인정 받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국내외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 기술의 개발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기에 인력, 자금 등의 면에서 기술개발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을 결집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기업경영의 현장에서 느낀 점이다.
올해 코스닥 기업들이 동참하는 공동기술연구소라는 구상을 현실화 시키려고 한다.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진 기업들의 협력을 통해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 중복투자를 제거해 전체적인 기술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넷째 새로운 정책의 실시나 기존정책의 변경은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최근 언론은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의 도입, 회계투명서약의 의무화, 사외이사 수의 확대 등 새 정부가 들어서면 취하게 될지도 모를 여러 가지 정책을 소개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상향이 아닌 지금의 모든 것은 잘못이라는 니르바나(Nirvana,열반) 오류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의 제도들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변화 없이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다만 지금의 많은 논의가 일단 무엇이든 고쳐야만 한다는, 무엇인가에 쫓기듯이 시작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어떤 제도가 필요하다는 당위론에만 그치지 말고 그 제도의 도입에 따른 비용과 편익의 문제까지 꼼꼼하게 따져 사회 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전영삼(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