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주식 불안하다구요? 채권투자는 어때요

금리 하락폭 확대따라 수익률 '쑥쑥'


‘은행금리 보다는 낫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에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본 주우식(39)씨. 떨어지는 주가가 살점을 도려내는듯 가슴알이를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상태로 그냥 들고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주씨는 주식시장이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전부 처분했다. 손실 회복을 위해 마땅한 투자처를 물색하던 주씨가 찾은 것은 채권투자. 신용경색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선 금리인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증권사 직원의 설명이 귀에 쏙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주식을 처분한 돈을 모두 5년 만기 국고채에 투자 했다. 그는 요즘 밥을 안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 패닉상태에 빠진 주식시장은 연일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폭락세를 연출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리인하 움직임이 현실이 되면서 상대적 풍요를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수익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폭락장을 피한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고 말했다. 주씨 처럼 주식투자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채권투자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채권은 상품구조가 복잡한데다 고액투자자의 전유물이란 인식 탓에 개인투자자의 발길이 뜸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채권을 판매하는 증권사가 늘어나면서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더욱이 최근 주식시장이 이른 겨울잠에 빠진 상황에서 채권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 채권투자로 고개를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에 유리한 환경
주식 매매처럼 HTS 통해 사고팔수 있어
최소 단위 1,000원…장내거래엔 수수료
초심자는 위험 적은 국고채등 투자 바람직
채권투자는 얼마전 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취급돼 왔다. 하지만 요즘은 일반 투자자들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투자가 가능하다. 주식투자와 별 차이없이 채권투자가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의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감안해 초심자라면 무위험 채권인 국고채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리 떨어지면 수익 올라가= 채권이란 정부나 공공단체, 기업 등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특정 만기일에 규정된 이자를 지급하기로 하고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증서를 말한다. 수익발생 경로는 이렇다.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 채권가격과 금리(수익률)의 관계다.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비례로 움직인다.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는 은행 예금금리보다 높다. 그런데 시중 금리가 내려가면 금리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그만큼 채권투자의 매력은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채권수요가 늘어나고 채권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역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의 매력은 반감되고 채권가격은 떨어진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A라는 회사가 만기 1년에 10% 이자를 보장하는 1만원짜리 채권(투자등급 BBB)을 발행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낮은 은행이자보다 채권이 더 좋기 때문에 채권으로 몰리게 되고 채권가격은 올라가게 된다. 채권가격이 1만500원이 됐다고 치자. A회사 채권을 이 가격에 매입한 사람은 만기 때 1만1,000원을 받게 되기 때문에 수익률은 약 4%대가 된다. 반면 1만원에 매입한 투자자는 여전히 10%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채권가격이 올라 수익률은 하락하게 된다. ◇채권투자에 유리한 환경 형성= 최근 채권수익률은 소리 없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들어 채권시장은 금리인하 기대가 부각되며 큰 폭의 금리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8월 산업활동지표 결과 생산, 소비, 투자 등 전 부문에 걸쳐 경기둔화가 심화됨에 따라 금리인하 기대가 부각되면서 금리하락 폭이 확대된 상황이다. 여기에 채권투자 결정 시 빼놓을 수 없는 기준금리 여건이 채권투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형성되고 있어 투자자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8일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한 세계 7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한국 역시 9일 기준금리를 5.25%에서 5.00%로 0.25%포인트 인하하며 이 대열에 동참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금리인하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태연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며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도 높은 만큼 채권투자를 고려할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주식매매처럼 HTS 통해서도 가능= 거래는 장외, 장내 두 시장에서 이뤄진다. 일반 채권의 경우 대부분 장외에서 거래된다. 장외거래를 원하는 투자자는 증권사에 가서 계좌를 개설하고 돈을 입금한 뒤 창구 직원을 통해 채권을 매수하면 된다. 증권사들은 채권을 매입한 후 일정 금리를 할인한 후 투자자들에게 다시 장외시장에 내다 판다. 증권사마다 취급하는 채권이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채권이 있다면 해당 증권사에 찾아가야 한다. 장내거래는 지난해 하반기 증권선물거래소가 '장내 소매채권 전문딜러제도'를 도입하면서 가능케 됐다. 이 제도는 개인투자자들도 손쉽게 소매채권을 매매할 수 있도록 증권사로 하여금 채권시장에 유동성을 공급케 하는 제도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매매하는 것처럼 HTS(홈트레이딩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채권을 매매할 수 있다. 최소단위는 1,000원으로 저렴하지만 매매 수수료가 들지 않는 장외거래와 달리 증권사마다 별도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현재 채권매매는 주로 대형사를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 증권사별로는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등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채권매매가 활발하다. ◇국고채 등 무위험 투자로 시작해야= 채권은 분류 기준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발행주체별로는 국채, 지방채, 특수채, 금융채, 회사채 등으로 나뉘고 이자지급 방법에 따라 이표채, 할인채, 복리채 등으로 구분된다. 또 지급이자변동 기준으론 확정금리부채권, 변동금리부채권 등이 있고 모집방법에 따라 사모채, 공모채로 분류된다. 일반 투자자에겐 다소 낯선 단어를 하나씩 끼고 있어 정체를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생각만큼 어렵진 않다. 국채는 국가가 발행주체로 나선 채권으로 국고채권, 국민주택채권,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등이 여기에 속한다. 회사채는 말 그대로 상법상의 주식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보증사채, 무보증사채, 담보부사채, 그리고 주식투자자에게 익숙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이 포함된다. 발행기관의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금리는 낮지만 안정도는 높다. 따라서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가 회사채에 비해 금리는 낮지만 안정성은 뛰어나다. 또 이표채는 사채권에 이표(쿠폰)이 붙어 있어 이자지급일에 이표를 떼어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보통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한다. 복리채와 할인채는 만기 상환시에 이자를 일시에 지급하는 채권으로 할인채는 액면금액에서 상환기일까지의 이자를 단리로 미리 할인한 금액으로 발행하고 복리채는 이자를 이자지급 기간동안 복리로 재투자되어 만기 상환시에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지급한다. 그러면 어떤 채권에 투자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국고채 같은 무위험채권에 투자하길 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안전자산의 수요는 그만큼 높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국고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회사채의 경우 유동성 문제로 인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성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는 리스크 회피"라며 "신용경색 문제가 개선조짐을 나타내기 전까지는 국고채 같은 무위험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서향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당연히 지금 상황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국고채 밖에 없다"며 "연말까지 금리인하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