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화제의 해외판결] 美, 도메인 무단점유 불순한 의도 있을땐 보호 못받아

김정훈 변호사

저명인이나 기업 등의 인터넷 도메인 네임(domain name)을 무단 점유하는 이를 일컬어 ‘사이버 스쿼터(Cyber squatter)’라고 한다. 이들은 100달러만 지급하면 웹 주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취득한 웹 주소를 경매를 통해 높은 가격에 되팔아 이득을 챙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알박기’라고 부른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중재조정센터는 사이버스쿼터의 도메인 네임을 정당한 권리자에게 이전하라는 명령 등을 내리는 일을 한다. 여기에 불복하려면 도메인 네임 이전결정 취소 및 소유권확인 청구소송을 해당 재판관할권이 있는 국가의 법원에 제기해야 한다. 지난달 중순 미국의 유명 흑인 코미디언인 빌 코스비(Bill Cosby)가 인터넷 도메인 네임 분쟁에서 승소한 바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중재조정센터는 코스비가 1960년대 말 창작한 만화 캐릭터 주인공 ‘팻 앨버트’의 이름을 담은 도메인 네임 ‘fatalbert.org’와 관련한 분쟁에서 도메인 점유자에게 이전 명령을 내렸다. 중재인단은 등록자가 도메인 네임에 아무런 권리나 정당한 이익을 갖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결국 부당 이익을 얻으려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2000년에는 유명 영화배우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의 이름을 딴 도메인 ‘juliaroberts.com’의 사용권 분쟁에서도 WIPO 중재센터는 로버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저명 인사나 기업을 겨냥한 도메인 선등록이라 하더라도 정당한 비판이나 패러디(parody)가 목적이거나 실제 유명인사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 자라면 불순한 의도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우리나라의 도메인 네임 분쟁의 경우 올초 ‘이병철 닷컴(이병철.com)’의 소유권이 삼성에 귀속돼야 한다는 WIPO의 결정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00년에는 ‘국민가수’ 조용필의 도메인 분쟁에서 “저명한 가수의 이름은 통합도메인네임 분쟁해결절차(UDRP)상의 상표권을 구성한다”며 ‘조용필 닷컴(choyongpil.com)’이 조용필의 소유권임을 인정한 바 있다. 한편 WIPO의 행정절차에 의하지 않고 법원에 소송이 제기된 경우 미국은 1999년부터 시행된 ‘사이버무단점유방지 소비자보호법(Anticybersquatting Consumer Protection Act)’이라는 연방법에 의해, 우리나라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및 ‘상표법’ 등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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