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메르켈-아베, 환율 정면충돌

메르켈 "일본 중앙은행 우려" 아베 "총알 피하지 않겠다"<br>메르켈, 다보스포럼서 공개 비판<br>아베도 강경책 고수… 갈등 심화

환율 문제를 놓고 독일과 일본이 연일 날선 공방전을 펼치는 가운데 이번에는 양국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평소와 달리 일본을 직설적으로 비판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총알을 피하지 않겠다"고 응수하며 오히려 강경한 경제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 양국 간 환율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다보스포럼의 한 강연에 참석했다가 한 참석자로부터 '일부 국가들의 환율조작에 대해 우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곧바로 일본을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는 "현 시점에서 아무런 우려 없이 일본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며 "중앙은행은 잘못된 정책이나 부족한 경쟁력을 해결해주는 곳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 악셀 베버 전 분데스방크 총재에 이어 메르켈 총리까지 나서 일본의 통화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WSJ는 "독일 총리가 평소와 달리 직설적으로 답을 했다"며 "글로벌 환율전쟁이 세계 경제를 황폐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을 위시해 국제사회가 연일 일본을 향해 비난의 총알을 날리고 있지만 일본은 오히려 환율정책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자세로 맞서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5일 다보스포럼에서 공개될 영상 메시지에도 국제사회의 비난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중점적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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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베 총리는 일본 정부 내부에서조차 일본은행(BOJ)법 개정의 필요성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지만 법 개정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집권과 함께 경제회생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지난해 무역적자 규모는 77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12월 근원소비자물가(CPI)가 0.2%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 상황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자 마음이 더욱 다급해진 것으로 보인다.

총리뿐만 아니라 아베 정부의 경제팀 핵심 인사들도 연일 강경책 고수 방침을 밝히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 차관은 "아직 엔화 가치 하락이 끝나지 않았다"며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대로 하락해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차관의 발언에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90엔대를 다시 돌파했다.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ㆍ재생상 역시 국제사회의 비난으로부터 일본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아마리 재생상은 각국 정상들 사이에서 통화 약세 경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모든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우려는 일부일 뿐"라며 "하지만 이 같은 우려조차도 전혀 없도록 확실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리 재생상은 26일 다보스포럼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브리핑을 계획하고 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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